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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 '인사개입'문건 발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권노갑(權魯甲)전 민주당 고문이 정부의 각종 인사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는 문서들이 대량 발견됐다.

뉴스위크 한국판은 1999년 중반부터 2001년 중반 사이에 權씨 캠프에서 작성된 각종 기획서와 대권 프로젝트 보고서와 함께 權씨에게 전해진 이력서 등을 대량 입수해 보도했다.

문서들 가운데는 '권노갑 고문실'명의로 "두 분 이력서를 보내오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면서 2000년 2월 23일 청와대 이만의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보낸 팩스가 있다. 함께 보낸 이력서는 당료 출신인 김재경 전 서울시 의원과 김숙원 전 평민당 동해지구당 위원장의 것이다. 이후 김재경씨는 강원랜드 감사실장이 됐고,김숙원씨는 한국자원재생공사 감사가 됐다.

문건 중에는 權씨의 특보였던 최규선씨가 1999년 9월 17일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보낸 편지도 있다. 여기엔 "지난번 고문님께서 석탄합리화사업단 이사장에 추천했던 최승길(전 민주당 유세위원회 부위원장)씨가 국민대학교 기업경영학과를 정식으로 졸업했음을 증명하는 증빙서류를 함께 첨부하니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최승길씨는 2000년 9월 한국지역난방공사 감사로 선임됐다.

정보통신부 기획관리실 법무담당관실에서는 權씨에게 '산하단체 상근임원 명부'를 출신성분과 함께 임기만료일까지 정리해 보냈다.

權씨의 이력서철에는 박금성 전 서울경찰청장,조창현 중앙인사위원장 등과 함께 각료급 인사·경찰간부·외교부 관리·군 장성 등의 것들이 다수 들어 있다.

김동신 전 국방부 장관은 육군 참모총장에서 물러난 직후 일본(2000년 1월 14~17일)과 미국(1월 18일~2월 13일)을 방문한 뒤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 이 보고서도 權씨에게 전달됐다. 金전장관은 보고서 제출 후 두달 만에 민주당에 입당,안보위 고문에 임명됐으며 3·26 개각에서 국방부 장관이 됐다.

문건들 가운데는 權씨의 정치활동을 보좌하기 위한 목적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보고서들이 다수 있다. 이 중 DJ 이후 당권을 노리고 작성된 '2002년 당총재 취임을 위한 핵심전략'에는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 결정시 대통령후보와 당총재직의 분리를 통해 당총재직 선출" "당내 주류세력을 형성하고…주류는 호남지역 의원(고문님이 직접 장악), 대통령 직계(수도권 중심),이인제계를 포괄하는 세력을 말하며… 김근태 등 재야출신, 김중권·노무현 등 비호남권이 비주류를 이루도록 유도"하라는 건의가 담겨있다.

2000년 4·13총선 후 작성된 '정치특보의 역할에 관한 보고서'에는 權씨가 청와대 정치특보로 들어가 '재집권을 위한 민주당 및 차기후보군 관리'를 맡으라고 건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상은 둘 다 무산됐다.

임도경 뉴스위크 한국판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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