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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산에 가면… 미술에 젖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항도(港都) 부산에 미술의 파도가 출렁인다. 1998년과 2000년 두차례에 걸쳐 열렸던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PICAF)을 확대·개편한 2002 부산비엔날레가 지난 15일 막을 올렸다. 이 행사로 앞으로 한두달 간 공원, 해운대 백사장, 아시안게임 경기장 주변 등 부산 시내 곳곳에서 예술품들을 만날 수 있다.

36개국 1백22명의 작가가 69작품을 출품,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전시하는 '현대미술전'이 부산비엔날레의 핵심 행사다. 여기다가 10개국 27명의 작가가 각 한점씩 출품한 '부산조각프로젝트'도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 주변, 시립미술관과 붙어 있는 올림픽 동산에서 11월 17일까지 야외 전시된다.

10개국 80명의 작가가 39개 작품을 내놓은 '바다미술제'의 경우 해운대 해수욕장 모래밭에서 오는 30일부터 10월 27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메인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현대미술전은 미술과 일반 관객의 소통을 쉽게 하기 위해 도시성을 주제로 삼았다. 특히 인구 4백만명의 항구도시, 소비도시 부산을 특징적으로 드러내 부산의 '지금, 여기'를 미술 안에 담아 부산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전달하려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술전은 시장·약국·도로·묘지·스포츠와 오락 등을 재현하는 '작은 도시'로 탈바꿈했다.

가령 카메룬 출신 바르텔레미 토구오는 부산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고추·버섯 등으로 꾸민 좌판을 들여다 놓았고 필리핀 아퀼리잔 부부는 부산 사람들이 실제로 덮었던 이불 수십채를 수집, 별도로 녹취한 부산 시민들의 '꿈 이야기'가 효과음으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전시해 놓았다. 한국작가 정연두는 예의 뽕짝 음악을 배경으로 카바레를 재현해 놓았고 변대용은 화장실을 나타내는 표지(기호)들로 가득찬 도시의 뒷골목을 드러내려고 시도했다.

관객들의 직접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역시 문턱 낮추기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아일랜드 출신 말라키 파렐의 설치작품 '인터뷰/파파라치'는 관객들이 지나가는 움직임에 반응,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형제도의 찬반 등을 물어댄다. 전시를 총감독한 김애령씨는 "PICAF를 확대·개편, 2년마다 대규모 미술 프로젝트를 열겠다는 일종의 의지를 표명한 취지를 살려 미술전의 지상과제를 미술관 문턱을 없애 관객들에게 터놓는 것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컴퓨터적 기능을 가미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토비아스 베른스트룹(스웨덴)이 제작한 세기말적 우울을 담고 있는 듯한 어두운 도시의 컴퓨터 그래픽은 관객이 마우스 조작을 통해 도시 이곳 저곳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훙퉁루(대만)의 작품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그림 속 만화·컴퓨터 게임의 캐릭터들이 움직인다.

이밖에 가와마타 타다시(일본), 푸와리에 부부, 알랭 세샤스(이상 프랑스), 첸젠(작고) , 얀 페이밍(이상 중국), 마르코 브람빌라(이탈리아), 최정화·김수자(이상 한국) 등의 작품도 관객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부산=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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