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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고이즈미정상회담]金 "일본인 납치 對南공작 위한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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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다음은 일본 측이 브리핑을 통해 공개한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발언록 요지.

◇일본인 납치 문제

고이즈미 총리=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과 관련, 일본국민의 이익과 안전에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이에 대해 북한에 강력히 항의한다. 피해자 가족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지속적인 조사와 생존자 귀국은 물론, 이같은 유감스러운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

김정일 위원장=납치문제의 배경에는 수십년에 걸친 양국의 적대관계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매우 좋지 못한 일이었다. 우리들은 특별조사반까지 만들어 조사했다. 그 결과가 오늘 오전 전달한 대로다. 1970년대부터 80년대 초까지 특별수사기관 일부의 망동주의자가 영웅주의에 얽매여 이런 일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을 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본다. 하나는 특수기관에서 일본어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일본인의 신분을 이용해 남한으로 들어가기 위한 것이었다. 내가 이런 사실을 안 뒤 관련 책임자들을 처벌했다. 지금부터는 이런 일이 절대 없다. 여기서 유감이었던 것을 솔직히 사과하고 싶다.

◇핵 문제

고이즈미=핵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위해 핵확산금지조약(NPT)·국제원자력기구(IAEA)· 한반도 비핵화 남북 공동선언, 북·미 합의 등을 준수하도록 강력히 요청한다. 미국은 핵 문제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 북·미 합의 이행을 위해 핵사찰을 수용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미국의 우려도 해소된다.

金=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관련해서는 경수로 건설 지연이 문제다. 미국이 성실히 대응하면 해결하겠다.

◇미사일 문제

고이즈미=미사일 문제는 일본뿐만 아니라 동북 아시아 안정에 중요한 문제다. 대포동·노동호 미사일 배치를 강력히 우려한다. 미사일 확산은 국제사회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이다.미사일 발사 실험 동결은 2003년 이후에도 계속돼야 한다.

金=미사일 문제에 대한 총리의 문제 인식을 충분히 이해한다. 북·일 관계가 순조롭게 회복되면 미사일 문제는 없어진다. 발사 동결은 이번 북·일 평양선언에 입각해 2003년 이후에도 유지하고 싶다.

◇괴선박 문제

고이즈미=일본의 안보에 직접 관련된 중대한 문제다. 지난번 인양된 괴선박은 앞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를 한다.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보장이 필요하다.

金=조사를 통해 최근에야 사태를 알았다. 지금까지 몰랐다. 특수부대가 자발적인 훈련으로 한 일이다. 그 부대가 어느 부대인지 찾았다. 상상도 못했다.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수교문제

金=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해결돼야 할 기본문제는 과거청산이다. 이런 기본문제가 아직도 해결 안됐기 때문에 양국관계가 개선될 수 없었다. 또 이 때문에 많은 복잡한 문제가 생기게 됐다. 일본의 진지한 대응을 바란다. 과거 문제는 현재의 우리에게는 책임이 없지만 정치가인 우리의 사명은 중대하다. 이 문제 해결 없이는 진정한 화해도 없다.

고이즈미=북·일수교는 우리나라의 전후처리 문제로 남아 있는 과제다. 성실히 처리할 용의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현안에 대한 눈에 보이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金=과거 역사인식에 대한 총리의 발언을 이해하며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보상문제는 대국적으로 판단할 용의가 있다. 총리가 말한 대로 일본방식에 따라 앞으로 협의하고 싶다.

◇남북관계

고이즈미=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서는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강력히 지지한다.

金=남북관계는 각료급 회담 등 대화와 협력이 진전되고 있다. 북한도 긴장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북·미관계

고이즈미=미국도 북한과 대화할 용의를 표명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金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사일 확산과 핵의혹 등 안전보장 문제에 성실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金=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 이 점은 지금까지도 미국에 반복해 표명했다. 이런 우리의 생각을 미국에 전달해 달라.

◇지역 신뢰 조성

고이즈미=지역 신뢰 조성을 위해 6자협의에 의한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북한의 협력이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최근 북한이 취한 경제조치를 주목하고 있다.

金=이 문제에 대해서는 각국 간의 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에 따라 대화의 장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도 그러한 대화의 장에 참가할 용의가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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