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쌓이는 쌀 재고 줄여라” 팔 걷은 지자체·농협·농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쌀 재고량이 늘면서 자치단체마다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각종 행사에 화환 대신 쌀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농민들은 기능성 쌀을 재배해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사진은 강원도 철원군 오덕리 평야에 오대쌀을 홍보하기 위해 그려놓은 벼 그림. [뉴시스]

농협충북본부는 이달부터 TV 홈쇼핑을 통해 충북쌀을 판매한다. 판로를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품질 좋은 쌀을 시중보다 싼 가격에 집까지 배달해 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충북 지역 지방자치단체·학교와 공동으로 ‘굿모닝 밥모닝 애들아 아침밥 먹자’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와 농협·농민이 넘쳐나는 쌀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예상 재고량은 140만t으로 지난해(100t)보다 40% 늘었다. 이는 적정 재고량인 두 달치 쌀 소비량(72만t)의 두 배에 가깝다.

쌀 관세화 유예 조건인 의무수입물량(MMA)이 지난해 30만t에서 올해 32만t으로 증가하고, 최근 몇 년 동안 풍작이 계속된 것이 한 원인이다. 2000년부터 해마다 40만t 정도씩 북한에 쌀을 보냈으나 현 정부 들어 중단됐다. 식생활 패턴이 변하면서 쌀 소비는 감소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5년 80.7㎏이던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올해 72.4㎏로 전망된다.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박창용 홍보실장은 “2년 이상 묶은 쌀은 사실상 식탁에 올릴 수 없다”며 “좀 손해를 보더라도 햅쌀이 나오기 전에 재고물량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주군은 ▶여주쌀 경품 내놓기 ▶기념식 때 화환 대신 쌀 보내기 ▶가정에서 쌀 1부대 이상 더 사놓기 ▶지역 음식점 여주쌀 사용하기 등의 판매촉진책을 펴고 있다. 이와 함께 자매 지방자치단체인 서울 송파·동대문구에 여주쌀 판매를 위한 직거래장터 개설을 요청하고 여주 출신 인사들에게 고향에서 생산된 쌀을 사줄 것을 호소하는 편지도 보낼 예정이다. 연말까지 군청 공무원과 유관기관 직원들에게 1582t을 판매하는 등 모두 2500t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천시도 은사·친지에게 쌀 선물하기, 생일 케이크를 쌀케이크로 선물하기 등 이천쌀 판매 촉진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김포시는 40㎏짜리 쌀을 사면 50L 쓰레기봉투 2장(2400원)을 무료로 주는 ‘김포 금쌀’ 판매 촉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경남도는 26일 ‘쌀과 함께하는 건강생활본부’를 구성해 쌀 10%를 더 소비하는 운동에 나섰다. 강원도 임래준 양정담당은 “호남과 충청 지역의 값싼 쌀 때문에 강원도 쌀 판매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서 쌀 강매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내 일부 농협은 농민에게 쌀을 직접 판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안성 보개농협은 지난해 농민들에게서 수매한 2251t 가운데 올 3월까지 팔고 남은 590t의 쌀을 농민들에게 떠안겼다. 지난해 수매량에 따라 농민 한 사람이 20㎏짜리 5부대 이상씩 팔도록 할당했다.

농민 김진우(44·안성시 미향면)씨는 “우리 마을의 경우 쌀 20㎏짜리 2000부대를 할당받았고, 나는 그중 140부대를 떠맡았다”고 말했다. 안성에 사는 최모(50)씨는 최근 농협으로부터 “재고량이 많아 어쩔 수 없다”는 말과 함께 500부대를 판매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천시 장호원읍에 사는 농민 장모(62)씨는 농협에서 200부대를 할당받았으나 지금까지 3부대밖에 못 팔았다. 장씨는 “팔 방법이 없어 지금은 판매를 포기했다”며 “농협이 ‘할당량을 모두 못 팔면 올해부터 계약재배를 통한 수매를 하지 않겠다’고 알려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이천농협 전상진 차장은 “농민들도 쌀 판매에 대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한번 팔아보라는 것이지 강제적인 것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판매하고 싶은 사람만 판매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정영진·신진호·최모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