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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티나는 세탁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62면

마케팅은 '인식의 전쟁'이라는 말이 있다.상품에 브랜드라고 하는 이름을 걸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내는 기업이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좋은 제품에 걸맞은 이미지의 날개를 달아주는 작업은 대개 광고로부터 시작된다.

최근 지펠·디오스 양문형 냉장고의 성공에 탄력을 받은 우리나라 가전회사들이 '프리미엄' 마케팅 전쟁을 치르고 있다.

LG전자는 금년 초 드럼세탁기 '트롬(Tromm)'을 출시했는데, 기능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최근 대용량급(10㎏)도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명은 드럼을 의미하는 독일어 '트로멜(trommel)'에서 따왔다고 한다.

광고에는 패션모델 출신 변정수·변은정 자매가 출연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각각 신세대 주부와 미혼 여성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광고에 등장하는 "오래오래 입고 싶어서"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첫째는 이 세탁기가 기능적으로 우수해 옷감을 상하지 않게 세탁해준다는 의미가 있다.이와 동시에 자신이 아끼는 옷,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옷을 오래오래 입을 수 있게 해준다는 감성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에 뒤질세라 얼마 전 '하우젠(Hauzen)'이라는 고급 브랜드를 내놓았다. 이름은 집 혹은 생활을 의미하는 독일어 '하우스(haus)'와 중심을 뜻하는 '젠트럼(zentrum)'의 합성어로 '생활의 중심'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름에 걸맞게 하우젠은 드럼세탁기와 김치냉장고를 선보였고 내년에는 에어컨 등에로 확대할 예정이다. 여러 제품을 한 이름으로 소개하는 일종의 패밀리 브랜딩인 셈이다.

광고도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에 맞게 오랜만에 모델로 복귀한 채시라를 기용해 고품격·고감각적인 분위기를 끌어내고 있다. 광고에서 "그녀의 집엔 하우젠이 있습니다. 이젠 하우젠"이라는 말의 운(韻)이 재미있다.

또한 최근 빌트인 붐에 맞춰 건설시장을 잡으려고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을 써 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혹은 각사가 꾸며놓은 웹사이트를 통해 이 브랜드들이 인구에 회자될 때 브랜드 이미지는 서서히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상품을 좋아하고 만족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모여 일종의 공동체를 형성해 나간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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