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소형 분양권이 최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4면

#1년반 만에 내 집 마련…행운입니다

결혼한 지 2년반 된 남학봉(32)·이경희(33·여)씨 부부.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삼라아파트 31평형에 살고 있는 이 부부는 2000년 2월 결혼하면서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3천5백만원짜리 13평형 다가구주택에서 전세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전세금은 부부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축한 돈으로 해결됐다. 당시만 해도 '언제쯤이나 내 집을 마련할까' 걱정하던 평범한 부부였다.

양도세 면제, 주택 최초 구입자에 대한 자금 대출 등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은 예상보다 빨리 이들에게 내 집 마련의 행운을 안겨줬다. 7천5백만원을 대출받아 모두 1억2천6백만원으로 지난해 6월 업체가 먼저 지어 내놓은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같은 해 12월 입주했다. 부부의 한달 수입이 4백여만원으로 20년 상환 조건인 대출금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입주한 날 부부는 샴페인을 들며 행복을 만끽했다.

#이걸로 만족할 수 없어요

지난해 이후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를 타고 이들 부부의 집값도 크게 올랐다. 서울 강남권에서 불기 시작한 상승세는 수도권으로 번졌고, 특히 인근 토평지구의 인기 덕을 톡톡히 누렸다.

현재 남씨 아파트의 시세는 1억7천만~1억9천만원으로 1년여 새에 40% 이상 오르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부동산으로 돈을 만드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씨는 "주변 친구들은 재테크로 대부분 주식투자를 하지만 기복이 심한 주식시장에 비해 부동산은 안정적이어서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부동산공부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신문의 부동산 관련 기사부터 꼼꼼히 읽는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물산 주택전시관에서 열린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주최의 부동산 투자설명회에도 한 시간 여의 거리를 달려와 참석하는 열성을 보였다.

부부가 구상하고 있는 투자 구상은 현재의 집을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 별도의 여윳돈이 없는 상황에서 집을 판 돈으로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현 시세대로 집을 팔 경우 이미 갚은 5백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대출금 7천만원을 빼고 손에 남는 1억~1억2천만원을 쌈짓돈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전문가 조언=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청약통장을 활용하고 많지 않은 자금 사정에 맞춰 서울 강남권 25평형 이하의 신규 소형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하는 것을 1순위 투자전략으로 꼽았다. 강남지역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은 주택 공급을 웃도는 수요로 집이 여전히 모자라는 상황에서 가장 큰 폭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만하다.

분양받지 못할 경우 서울 강서나 강북지역 대단위 아파트단지의 분양권 매입을 2순위로 권했다. 정부의 규제 조치로 분양권 시장의 열기가 식을 것이기 때문에 교통 등 입지여건이 좋은 곳을 골라야 한다. 분양권을 살 때는 분양권 전매 제한조치 이전의 것으로 입주시기가 1년 이상 남아 있는 게 좋다. 분양권 프리미엄이 입주를 1년 앞둔 시점부터 입주가 가까워 올수록 많이 오르는 탓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에서 제외된 수도권의 용인·하남·파주 등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용인 동백, 하남 신장, 파주 교하·금촌 지구 등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열지구 지정에서 제외됐다고 해서 아무 지역에서나 무턱대고 투자해서는 안된다. 이들 두 가지 전략은 직장 부근 등에 전세로 옮기고 남는 돈으로 큰 비용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다.

세번째로 재건축 추진 아파트도 노릴 만하다.1억원 정도의 여윳돈으로 소형 평형의 경기도 성남지역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구입해 옮겨 가는 것. 성남은 전철 등 대중교통 편이 발달돼 있고 강남과 가까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금을 대출받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고대표는 투자계획을 확실히 세우고 현재의 집을 팔라고 충고했다. 매도 시기에 대해서는 시세가 현재 어깨쯤까지 차올라 내년 봄 이사철까지는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조금 더 지켜봐도 괜찮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 대책에 따른 조정기를 거쳐 11월께부터 다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대표는 "투자 대안이 마땅치 않으면 조급해서는 안된다.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는 요즘 더더욱 신중한 투자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안장원·사진=김태성 기자

30대 초반의 새내기 부부가 부동산 경기 상승에 힘입어 부동산 재테크에 나섰다. 다가구주택 전세에서 시작해 1년반 만에 내 집 마련의 꿈도 이뤘다.집값 상승의 재미까지 맛보면서 부동산투자를 생각했다. 이 부부의 투자 진로를 전문가와 함께 풀어본다.

편집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