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을 잘 살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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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잘 모르는 장소에서 식사하기 위해 식당가를 기웃거릴 때 사람들은 대개 손님이 많은 식당으로 들어가게 된다. 손님이 북적대야 음식이 맛이 있을 것 같고, 손님이 적은 곳은 뭔가 문제가 있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을 기웃거리는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투자 종목을 선정할 땐 거래량이 많고 투자자들이 북적거리는 종목에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거래량이 많은 종목은 우선 환금성이 좋을 뿐 아니라 특정한 매수 주체가 그 주식의 전망을 좋게 보고 열심히 사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반면 거래가 소강 상태를 보이는 종목은 환금성에도 문제가 있고 아직 그 종목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적으므로 본격적으로 상승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체로 주가가 하락 국면에서 벗어나 박스권에서 옆걸음질할 때는 거래가 크게 줄어드는데, 시간이 지나 거래가 서서히 늘게 되면 상승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바닥권에서 거래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그 주가의 전망을 밝게 보는 특정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이는 '매집 국면'이 시작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후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경우 바닥권에서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이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물량을 처분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 주식을 사들이면 다시 오를 때까지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하거나 투자 수익을 얻지 못하고 손해를 보기 쉽다.

물론 일부 저가주들의 경우 데이 트레이딩이 일반화돼 있기 때문에 거래량 지표가 왜곡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종목의 거래량은 주가를 전망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지표다.

주가 자체의 움직임에만 관심을 갖다 보면 거래량의 의미를 소홀히 하기 쉽다. 그러나 거래가 수반되지 않은 주가의 움직임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므로 항상 거래량을 주시하면서 거래량이 주는 의미를 머리 속에 넣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가는 거래량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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