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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요건 내가 제일 예쁘지 부분미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62면

기다란 다리를 꼬면서 "나는 세븐라이너 했다"를 외치는 탤런트 김남주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낼 만했다. '세븐라이너'를 사용해 저런 다리를 만들 수만 있다면 거금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 여자라면 누구나 해봤을 터다. 세븐라이너는 지인텍이란 중소기업이 만든 각선미 보정기로 한 홈쇼핑 채널에서 히트한 상품이다. 이 광고에서 김남주가 뽐낸 다리의 주인은 따로 있다. 다리만 전문으로 빌려주는 모델의 것이다. LG 싸이언의 휴대전화 광고에서 풀밭에 누워 한가롭게 다리를 까딱이는 여자의 건강미 넘치는 다리는 외국인 모델의 것이다.

손이나 발, 다리나 머리카락을 전문으로 빌려주는 '부분 모델'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CF에서 연예인의 얼굴이 나오다가 신체의 일부만 클로즈업 되는 순간이 있다면 십중팔구 부분 모델의 것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광고 시장에서 0.1초짜리 장면이라도 최고의 다리, 최고의 손이 나오도록 하려는 것이다.

최근 주가가 오르고 있는 부분 모델은 발 전문 모델이다.

발 전문 모델 김승보(29)씨는 "예전에는 구두 광고에서나 가끔 발 모델을 썼지만 최근에는 아파트 광고나 마루바닥재 광고에서도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파트나 바닥재 광고에서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강조 하다보니 맨발을 부각하는 장면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다리와 손 모델로도 활약했던 김씨는 발 모델을 원하는 곳이 많아지자 아예 발 전문으로 나섰다. 최근에는 영화배우 이미연이 등장하는 아파트 '위브', 중견 탤런트 유지인이 등장하는 아파트 광고에도 발을 빌려줬다. 광고 물량이 많은 여름엔 한달에 4~5건의 광고에 출연했다. 손 전문 모델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은 화장품 광고다. 화장품을 사용하는 손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많기 때문이다.

가구를 사랑스럽게 만지는 여자의 손, 휴대전화를 쥔 여자의 손, 캔커피를 잡고 있는 손 등은 대부분 부분 모델의 것이다.

부분 모델의 요건은 까다롭다.

가수 엄정화가 주인공인 '폰즈' 클렌징 제품 광고에 출연했던 손 모델 정윤미씨는 "광고에서는 손가락이 길고 상처가 없으면서 손금이 적은 손을 원한다"고 말했다. 다리는 길고 상처가 없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다리 모델은 키가 1백74㎝ 정도여야 한다. 속옷 브랜드 비비안의 브래지어 광고에 등장한 가슴 모델의 사이즈는 75B다.

상처 하나 없이 아름다운 손발과 다리, 머리카락을 가꾸려는 부분 모델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손 모델들은 물에 손을 담그는 일을 절대 피한다. 물에 닿았다면 반드시 핸드 크림을 발라둔다. 발 모델은 구두를 신지 않는다. 한여름에도 양말에 운동화만 신는다. 머리카락을 빌려주는 헤어 모델은 머리를 감을 때마다 트리트먼트를 바르고 끼니 때마다 머릿결이 좋아진다는 해조류를 먹는다.

◇모델료는=부분 모델들의 출연료는 1백만원에서 4백만원까지 다양하다. 가장 비싼 부분 모델은 다리 모델이다. 세븐라이너 광고에 출연한 이정화(26)씨는 4백만원을 받았다.

'팬틴' 샴푸와 'LG 더블리치' 샴푸 광고에도 등장해 머리카락을 빌려줬던 이씨는 "헤어 모델의 경우 머리카락을 자르는 장면에 출연할 때는 3백만~4백만원 정도, 한 컷 정도에만 나올 때는 1백50만~2백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미연·김남주·채시라 등 유명 연예인들이 1년 전속 계약료로 3억~4억원을 받는 것에 비하면 적은 돈이지만 신체 일부만 빌려주고 몇백만원의 출연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매력만으로도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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