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카페 명동'공연 맡은 시인 김정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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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시인 김정환(48)씨가 있었기에 '문학카페 명동'이 가능했다. 신경림 시인과 가수 한영애씨를 주인공으로 6일 서울 명동 밀리오레 이벤트홀에서 첫 공연하는 '문학카페 명동'은 유명 문인과 가수가 한 무대에 선다는 사실로 시작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문단과 문화계의 마당발로는 따라올 자가 없을 그가 직접 문인과 가수 섭외에 나서 공연이 성사된 것이다.

"처음엔 그냥 한 번 놀아보자고 시작한 건데 생각보다 규모가 커졌어요. 김지하씨와 함께 할 조용필씨의 경우 예전부터 민중예술 하는 사람들 많이 도와줬어요. 예술하는 사람들 사이에 통하는 게 있잖아요. 그때 정보기관에서 조용필씨에게 '야, 너 톱가수 그만할래'라고 했다는 말은 우리들 사이에서 유명했죠."

그의 활동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인터넷 상의 한국문학예술학교(school.pressian.com)교장을 맡고 있고 『문학·판』 등의 계간지와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 등지에 장기 연재물을 쓰느라 바쁘다. 과거로 거슬러 가면 마당극 대본에 음악방송 진행까지…. 그런데도 쉬지 않고 술을 마신다. 문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서울 인사동의 주점 '평화만들기'와 '소설'에선 약속하지 않아도 그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생산량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방대하다. 이제까지 내놓은 저서만 50여권에 번역본까지 합치면 1백여권에 달한다. 시집·소설은 기본이고 역사서에서 클래식 음악 이론서까지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그의 작품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는 주위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는 "배고프면 뭐든지 하게 된다"고 농담을 건넨다.

어떻든 이런 연유로 그는 '탱크'라 불린다. 마셨다 하면 새벽까지 말술이고 그 뒤 늘어져라 오후까지 늦잠을 자지만 어느 새 출간된 후배 시인의 시집에 해설을 써놓았고, 인터넷 사이트에는 방대한 문학 이론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놓았다. 한 번 일을 붙잡으면 꼬박 이틀 밤을 새워 처리하는 게 그의 비결이다.

"술 마시고 노는 게 곧 일하는 것"이 삶의 철학인 그에게는 기인이란 단어가 그렇게 어울릴 수 없다.

이번 공연도 마찬가지다. 민족문학작가회의 강형철 상임이사가 "문인들이 사람들과 어울려 한 판 놀아볼 수 있게 해보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며 총 기획·연출을 맡겼다. 그는 공연기획 전문가인 주홍미(35)씨를 끌어들였고 곧바로 진행에 들어갔다. 성악을 전공한 주씨는 노래운동단체 등을 거쳐 지금은 공연기획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1999년 한국 포크음악 30년 기념 공연 등을 통해 기획력을 인정받았다.

문단에선 김정환씨를 "한국 문화계의 허브(중추), 씨뿌리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어차피 문화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싸우고 웃고 떠들며 생산되는 일. 그런 만남의 길목마다 그는 출현하고 새로운 문화생산을 위해 씨를 뿌린다. 다만 그 수확을 자기 몫이라 주장하지 않는데에 그의 생명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여러 일을 하면서도 정작 그가 주목의 대상이 된 적은 없었다. 공연은 11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02-313-1486.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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