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이 진저리치며 운 흔적을 보았다
밤새 풀밭이 어둠을 끌어당겨
몸부림친 핏자국 같은 것
제 안의 물기 모두 품어 올려
적셔놓은, 젖은 수건 같은 것
지친 눈물자국 같은 것으로 풀밭은
쓰러져 있었다, 행복하게
쓰러진 풀밭에 질펀하게, 번진
이슬 쓰다듬으며, 나는, 지상의 행복이란
모두 울다가 지친 흔적인 것을 알았다
-조창환(1945~) '이슬' 중
당장 맨발로 새벽 풀밭을 밟고 싶지.지금부터 울자. 시인 박용래가 왜 눈물 바람을 했는지 이제 알겠다. 눈물은 욕망의 항아리를 깨끗하게 헹구어 낸다. 몸과 마음의 절정이다. 가장 둥글다. 나는 이 시를 여성 보컬 파도(Fado)의 처절함과 섞어 읽으며 황홀해 있는 한 시인을 오늘 보았다. 비극적 황홀. 개운하다.
정진규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