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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7승 기립박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7회초 2사후 마운드를 내려가는 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에게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홈팀의 '에이스'에게 보내는 갈채였다.

부상으로 구위가 떨어지면서 '먹튀'라는 비아냥에 시달려야 했던 그를 팬들이 진정한 에이스로 인정하기 시작한 상징적인 박수였다.

박찬호가 상승세의 탄력을 이어가며 3연승, 시즌 7승 고지에 올랐다. 박찬호는 3일(한국시간) 홈구장 알링턴볼파크에서 벌어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서 6과3분의2이닝 동안 삼진 7개를 뺏으며 8안타·1실점으로 호투, 시즌 10승을 향한 희망을 이어갔다. 레인저스는 7-2로 쉽게 이겼다.

공격적 투구에 의한 적극적인 상대 공략, 그리고 투구의 완급 조절이 돋보인 한판이었다. 박찬호는 1회초 선두타자 호세 비즈카이노에게 초구 볼을 던졌을 뿐 2번타자 마크 로레타부터 3회초 로레타의 타석까지 10명의 타자에게 연속적으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두려울 것도 없고 피할 것도 없다는 듯 자신감 넘치는 공략이었다.

5회까지 완벽하게 막아낸 박찬호는 4-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랜스 버크먼과 제프 배그웰에게 연속 좌전안타를 허용한 뒤 올랜도 머시드의 투수땅볼 때 왼쪽 발목을 접질려 1루에 송구하지 못해 내야안타를 만들어준 결과였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박찬호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났다.

박찬호는 브래드 애스머스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내 한숨을 돌린 뒤 왼손타자 제프 블럼과 9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2루땅볼을 유도,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되면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박찬호는 5-0으로 앞선 7회초 1사후 9번타자 앨런 진터에게 무심코 던진 초구에 홈런을 허용, 1점을 내줬고 2사후 로레타에게 좌전안타를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날 상대한 29명의 타자 가운데 20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졌고 볼넷은 두개밖에 없었다. 그만큼 공격적으로 정면승부를 걸었다.

최고구속은 1백51㎞였고 주무기 커브가 1백㎞대 초반부터 1백20㎞대 중반까지 다양하게 구사되면서 상대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박찬호는 앞으로 다섯번의 등판을 남겨놓고 있어 이 가운데 3승을 보태면 10승이 가능하다. 다음 등판은 8일 오전 7시5분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전이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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