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감'에 대한 생각을 '욕망'과 연관시켜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술하시오." 6일 치러진 연세대 입시 논술 시험에 나온 문제다. 제시된 지문은 네 개.
조선시대 성리학자 '백주' 이명한이 쓴 저서의 일부와 성경 '전도서'의 '내가 이뤄놓은 모든 것을 내 뒤에 올 사람에게 물려줄 일을 생각하면 억울하기 그지없다' 등의 구절이 소개됐다. '나는 꿈에 지친 사람, 시냇물에 잠겨 비바람에 시달려온 대리석 트리톤'으로 시작하는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나이 들면 철이 드는 법'도 지문으로 제시됐다.
이와 함께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의 '노인들은 겁쟁이들이고 늘 미리 걱정하며 산다'는 내용의 글도 나왔다.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도 진땀부터 흘릴 만한 문제다.
입시학원 관계자는 "점점 까다로워지는 요즘의 대입 논술 시험의 추세를 잘 보여주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시험에는 이탈리아 화가 티치아노(1488~1576)의 그림 '인간의 세 시기'도 참고자료로 나왔다. 사람의 성장 과정을 묘사한 이 그림은 티치아노의 그림 가운데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연세대 김도형(사학과 교수)출제위원장은 "고교생들이 문화적 감수성을 키우라는 뜻에서 그림과 다양한 종류의 글을 지문으로 제시했다.
고전 명화가 논술 시험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 폭 넓게 독서를 하고 그림 등에 대한 소양을 기른 학생은 큰 어려움 없이 문제를 풀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시험은 인문사회계열 4130명을 대상으로 치러졌으며 이 중 상당수의 당락을 좌우한다.
한편 이날 실시된 한양대 논술고사에는 지문으로 제시된 여러 사회과학 이론을 토대로 '욘사마'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라는 문제가 등장했다.
박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