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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20m 터널에 수만 명 몰려 … 독일 음악 축제서 19명 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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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독일 뒤스부르크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테크노 음악 축제에서 최소 19명이 압사한 참변이 일어났다. 사고는 행사장으로 통하는 지하터널 안에서 인파에 떠밀려 넘어진 사람 위로 인파가 덮치는 바람에 생겼다. AFP통신은 중경상을 입은 사람이 약 340명이라고 보도했다. 그중 수십 명은 부상이 심해 사망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희생자들의 국적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비규환의 터널=참사는 24일 오후 5시(현지시간) 뒤스부르크시의 고속도로 밑 열차 터널에서 발생했다. 터널 반대편의 화물 열차역에서 ‘러브 퍼레이드’라 불리는 테크노 음악 축제가 열리고 있을 때였다. 이미 행사장은 50만 명에 달하는 참석자로 만원이었다. 독일 경찰은 터널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스피커를 통해 더 이상 입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렸다. 하지만 몇몇 청년이 바리케이드를 뛰어넘어 터널 안으로 진입했다. 그 뒤 밀려든 군중으로 바리케이드가 무너지며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됐다. 폭 약 20m, 길이 200m의 터널로 삽시간에 수만 명이 몰려들었다. 이미 행사장에 가득 찬 사람들 때문에 터널 출구는 거의 막힌 상태였다. 안의 상황을 알 수 없는 인파는 계속 터널로 진입했다. 그 과정에서 터널 중간 부분에서 뒷사람들에게 밀린 사람들이 넘어졌고 그 위로 다시 사람들이 덮쳤다.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현지 언론에 “한 사람이 25명 정도의 사람들에게 깔려 있는 모습도 봤다”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독일 서부 뒤스부르크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테크노 음악 축제에서 터널로 몰려드는 인파로 압사 사고가 발생하자 겁에 질린 일부 군중이 인파에서 벗어나려고 황급히 언덕으로 대피하고 있다. 이날 사고로 최소 19명이 숨지고 340명가량이 부상했다. [뒤스부르크 AFP=연합뉴스]

터널 안에 가득 찬 군중과 터널 입구 주변에 몰려있던 사람들 때문에 구조 작업이 지연돼 피해가 더욱 커졌다.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는 데 애를 먹었고, 구급 헬기가 마땅한 착륙 장소를 찾지 못해 한동안 상공에 머물렀다. 독일 언론은 행사장 주변에 140만 명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입구가 단 한 개=외신들은 100만 명 이상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의 입구가 터널 한 곳밖에 없었던 것이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경찰은 1200명의 경찰관을 동원해 행사장 주변의 다른 진입로를 막았다. 이 때문에 군중은 공식 입구인 터널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경찰은 이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이 축제는 독일 통일 수개월 전이었던 1989년 7월 150명의 테크노 음악 애호가들이 테크노 뮤지션인 닥터 모테의 생일을 기념해 베를린 쿠담 거리에서 행진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후 2003년까지 베를린에서 해마다 대규모로 열렸다. 1999년에는 150만 명이 참석했다. 소음·쓰레기·환경파괴 등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여론과 베를린시의 재정 문제로 2004년 행사가 중단됐다가 2007년 독일 서부의 루르 공업지역에서 재개됐다. 지난해에는 보쿰시에서 개최될 계획이었으나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시 당국의 판단으로 행사가 취소됐다.

뒤스부르크 압사사고를 보고받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희생자들이 겪었을 아픔을 생각하니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러브 퍼레이드’ 주최자의 한 사람인 라이너 샬러는 “연례적으로 열리던 테크노 음악 축제를 앞으로 다시 열지 않겠다”고 말했다.

200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록 페스티벌에서는 미국 그룹 ‘펄 잼’의 공연을 보기 위해 행사장으로 군중이 몰리면서 9명이 압사하고 43명이 다쳤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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