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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人材 키워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부실 털기와 감원 바람에서 벗어난 은행들이 이제는 우수한 인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은 결국 사람 장사'라는 금융계의 격언대로 우수한 인재가 많은 은행이 우량은행이자 유망은행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실의 많고 적음이 부실은행과 우량은행을 판가름하는 잣대였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은 인력 양성에도 적극적이다.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은 합병 전 주택은행장으로 있을 때부터 연수원장에게 "연수비를 안쓰고 남기면 목 날아가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엄포를 놓을 정도로 교육훈련을 강조해 왔다.

은행들의 교육훈련 바람은 다방면에서 불고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은행 직원들이 공인자격증을 따도록 지원한다. 공인회계사·재무분석사(CFA)·세무사·미 공인회계사(AICPA) 등 국내외 40여개 자격증을 따는 데 은행에서 보조금을 대준다. 국민은행 김영한 연수팀장은 "앞으로 2~3년 안에 전직원이 적어도 한가지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자격증을 따려는 은행원들의 자기계발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아예 은행 내에 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설한 곳도 있다. 산업은행은 다음달부터 교육과정이 6~7주쯤 걸리는 '기업가치평가과정'과 '금리·스왑과정'을 개설해 매주 토요일 오전에 운영하기로 했다.

정건용 산은 총재는 "양질의 저(低)비용 외화조달은 신용등급만 높다고 되는 게 아니다"면서 "국제 금융 네트워크를 움직일 수 있는 산은의 우수한 인재가 있기 때문에 이뤄지는 일"이라며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은행들은 해외연수 프로그램도 강화하고 있다. 은행 지원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경영대학원)에서 MBA(경영학 석사)과정을 밟은 홍석주 조흥은행장은 "실력과 애사심을 배양할 수 있는 해외연수 기회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필요한 인력을 안에서 키우지 못하거나 키울 시간이 없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외부에서 영입하고 있다. 최근 몸값이 올라간 PB(프라이빗 뱅킹)전문가들이 대표적이다. 외환은행은 박용진 전 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 상무 등 PB전문가를 여럿 스카우트했다. 조흥은행은 PB사업부의 마케팅 팀장으로 씨티은행과 신한은행에서 PB업무를 담당했던 이흥석씨를 억대 연봉을 주기로 하고 영입했다. 조흥은행 PB사업부의 팀장 4명도 모두 외부 인사로 채웠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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