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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 완화, 날짜 재촉하면 사래 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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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보다는 한·중·일 3국 FTA를 통해 공동시장을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논란이 됐던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완화는 당장 손댈 의사가 없다는 걸 분명히 했다.

23일 열린 제9차 한·중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윤 장관은 베이징 주재 한국특파원들과 만나 “한·중·일이 FTA를 통해 하나로 엮이면 이 경제권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EU(약 16조 달러)·미국(약 14조 달러) 다음가는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의 협력에 비해 동북아 국가 간의 경제 협력이 기대만큼 잘 안 되고 있다”며 “앙숙이었던 독일과 프랑스가 손잡고 EU 시장을 통합한 것처럼 중·일 관계 등 역내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중 FTA에 대해서는 “5월에 산·관·학 공동 연구를 끝낸 것은 일보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DTI 완화 문제와 관련해 윤 장관은 “부동산은 우리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라며 “비수기인 8월의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지 (정치권과 언론이) 날짜를 재촉하면 사래 걸린다”고 말했다. DTI 완화를 포함한 대책을 내놓더라도 그 시기는 일러도 8월 말이라는 얘기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장핑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장관)이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9차 한·중 경제장관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 만에 열린 이번 회의에선 양국 거시경제 정책과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윤 장관은 쌀 관세화(쌀 시장 개방)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관세화 필요성에 대해 공감이 이뤄졌는데도 그 문제만 나오면 가슴이 답답하다”면서 “쌀이 남아도는데도 매년 40만t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바보 같은 일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향후 경제 성장과 일각의 복지예산 증액 요구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윤 장관은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해져 2018년이면 절대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비는 올해 예산의 27%로 비중이 너무 높은데도 자꾸 국방비 부담이 적은 유럽과 비교한다”며 “성장 잠재력을 잠식하는 과다한 복지 정책을 해서는 안 되고, 분수를 알고 인내할 것은 인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내세웠던 ‘747(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강국) 공약’의 집권 하반기 실현 가능성에 대해 윤 장관은 “정부 출범 초기에 비전을 제시한 정책 의지로 봐달라”고 말했다. 또 “747이었기에 망정이지 858이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느냐”는 말도 했다.

한편 윤 장관은 이날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중국의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장핑(張平) 주임(장관)을 만나 경제위기 대응 경험과 성과를 공유하고, 기후변화와 환경·에너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중국 정부의 액정표시장치(LCD) 신규 사업자 선정 작업이 늦어지는데 대해 “한국 기업(삼성·LG)의 기회비용이 커지지 않도록 의사 결정을 신속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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