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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서 퇴사 예정자에 재취업·창업 교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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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외국계 대기업인 H사의 白모(36)과장은 요즘 출근하면서 공개적으로 새 직장을 찾고 있다.

"회사로부터 이달 초 정리해고 대상자라는 통보를 받았지요. 회사측이 대신 3개월 과정의 전직(轉職)교육프로그램에 등록시켜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白과장은 지난 16일부터 서울 강남의 한 퇴직자 전업교육 전문기관에서 헤드헌팅 업체(경력직원 재취업 알선기관) 이용 방법과 연봉협상 전략,인터뷰 요령, 경력설계법 등 재취업 교육을 받고 있다. 20여명의 교육생 가운데는 그의 직장 동료도 몇명 있고, 같은 상황의 다른 회사 사람들도 많다.

"1인당 4백만원이 넘게 드는 전직지원 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 회사에 대한 원망도 사라지고, 새 일터를 찾을 자신감도 생겼다"고 그는 말한다

#2.지난 2월 말 한솔제지에서 과장으로 퇴직한 오한영(45)씨는 며칠 전 일간신문에 두명의 직원을 채용한다는 광고를 냈다. 그는 제지용 실험기자재 납품업체 삼진I&T(대전 소재) 사장이다.

그는 회사가 제공한 4개월짜리 창업교육을 받았다. 재직시 연봉 3천5백만원이던 그는 6월 창업을 한 뒤 월 1천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그를 포함,6월 말까지 교육서비스를 받았던 서울·대전·군산사업장 명퇴자 36명 가운데 8명은 재취업에 성공했고, 15명은 청소용역업체나 바닥장식재·아동복·치킨 대리점 등 점포를 창업했다. 나머지 13명도 곧 원룸 임대사업·주유소·한식당 등을 시작한다.

吳씨는 "체계적인 퇴직준비 교육을 받고 사장으로 당당히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자신감을 얻게 해준 회사측 배려가 고맙다"고 했다.

기업의 퇴직문화가 바뀌고 있다.

퇴직하는 직원들에게 위로금을 주는 정도였던 회사측의 배려가 재취업이나 창업에 필요한 전직교육 서비스로 바뀌면서 회사와 퇴직자 모두 상처 대신 개운한 재출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로서는 퇴직자들의 반발을 줄이면서 구조조정을 할 수 있고, 퇴직자들은 충격을 줄이며 새로운 직장이나 분야에 도전하는 기회가 된다.

2년쯤 전 대기업에서 시작돼 현재 30여곳 가까운 기업이 이런 프로그램을 시행 중(노동부 파악)이며 중소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달 말 직원 4백여명 중 36명을 명예퇴직시킬 경기도 안양의 중소제조업체 D전자는 다음달부터 2개월 과정의 위탁 전직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덩달아 전직·창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컨설팅사도 여럿 생겨났다. 리헥트해리슨·DBM코리아·한국리서치&컨설팅·HI솔루션즈 등 10여개사가 서울 강남 등지에서 성업 중이다.

교보생명·효성중공업 등 아예 사내에 이직자 교육을 전담할 전직지원센터를 만드는 곳도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7월부터 퇴직 예정자들에게 전직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기업들에 1인당 75만~1백만원(대기업)의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노동부 정순호 고용지원과장은 "더 많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전직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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