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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갤러리 연 배상면酒家 배영호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포천의 전통주 갤러리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명소로 떠오를 겁니다."

전통주 제조업체인 '배상면 주가(酒家)'의 배영호(43)사장.

그는 전통주 갤러리 '산사원'(3층 건물, 연건평 5백여평, 031-531-0440)을 이달 중순 경기도 포천군 화현면에 열었다. 국내 첫 술 갤러리다.

산사원은 계절에 따라 테마를 바꿔 술 담그기 강좌를 연다. 전통적인 도자기·수예 등도 철따라 바꿔 전시한다. 그래서 박물관이 아니라 갤러리라는 것이다.

"박물관이라고 하면 이미 과거형이 됩니다. 한번 보고 나면 다시 찾을 필요가 없죠. 3개월마다 우리나라의 전통에 얽힌 이야기나 소재를 재구성해 보여줄 계획입니다."

裵사장은 백세주를 히트시킨 배상면(78)옹의 둘째아들이다. 큰형은 백세주를 제조하는 국순당을 맡고 있다.

"배상면 주가의 대표 술인 산사춘은 전통주 비법대로 한약재를 넣어 만든 술입니다. 다만 술병 포장을 현대화한 게 과거 항아리에 담던 술 제조와 다른 점이죠. 갤러리에서는 20여종의 전통주를 담가보고 시음할 수 있습니다."

개관 일주일 만에 연세대·고려대의 한국어학당에 다니는 외국인 3백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직접 빚은 전통주를 항아리에 담가 맡겨 놓았다. 한달 후 귀국할 때 이 술을 갖고 갈 예정이다.

"전통주를 담그는 원료는 쌀·누룩이 대부분이지만 온도와 습기 등 숙성 조건에 따라 술맛이 달라집니다. 인생의 사연이 녹아드는 맛이 있는 게 우리 술이죠."

갤러리 한쪽에는 술 항아리 1천여개를 넣어둘 수 있는 창고가 있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술을 10~20년 보관해 준다. 裵사장은 "막걸리로 유명한 포천을 프랑스 코냑 지방처럼 술의 고장으로 만드는 문화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술은 삶의 재미난 이야기와 연결된 문화 상품이죠. 알콜 도수나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맛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삶 자체가 술이 아닐까요."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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