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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총리 장남, 한국 국적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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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정찬용 인사수석이 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기준 교육부총리 인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연합]

이기준 신임 교육부총리의 장남 동주(38)씨가 병역의무를 마친 뒤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5일 "이중 국적자인 동주씨가 1999년 3월부터 2001년 7월까지 28개월 동안 공익근무로 병역의무를 마친 뒤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부총리는 '아들이 부모와 상의하지 않고 본인 의사에 따라 국적을 포기했으며 나중에 호적등본을 떼어보다 이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부총리의 장남은 89년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입대 판정을 받은 뒤 미국으로 가 장기체류해 입영 통보가 취소됐다. 그러나 이 부총리가 98년 서울대 총장에 선출되자 귀국, 보충역 판정을 받은 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었다. 이런 와중에 참여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총리가 서울대 총장 재직시 판공비를 부당하게 집행하고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사외이사직을 맡는 등 공직자로서 도덕성에 하자가 있다"면서 교육부총리 임명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전교조와 교총 등 그간 서로 다른 이해를 드러냈던 교육단체들까지도 한목소리로 '부적합 인사'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처럼 장남의 국적 포기와 서울대 총장 재임시 불거진 문제 등으로 이 부총리의 임명이 부적합한 인사라는 여론이 확산하자 청와대는 곤혹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적극 진화에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가진 6명의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 부총리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바로 대학 혁신, 대학 교육의 개혁"이라며 "이 부총리는 대학에 있으면서 대학 교육 혁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당시의 의지와 경험을 잘 살려 대학 교육 개혁에 역량을 발휘해 달라"고 신임을 표시했다.

청와대는 또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천거에 의한 인사가 아니냐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오자 오후엔 정찬용 인사수석이 직접 브리핑 룸을 찾았다.

자칫 이 부총리의 도덕성 문제가 김우식 비서실장의 인사 개입 논란으로 확대되고, 노 대통령의 인사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퍼져갔기 때문이다.

정 수석은 "이 부총리 인선은 3배수로 올린 후보군 중 노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부총리는 이미 1200명의 정무직 후보 리스트에 주요 인물로 포함돼 있다"며 "인사추천위 의장으로 주로 회의 주재를 하는 김우식 실장이 이 부총리를 천거했다는 것은 사실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도덕성 문제와 관련, 정 수석은 "그가 판공비를 과하게 쓴 것은 사실이고 잘한 일은 결코 아니다"면서 "그러나 개인 용도로 쓰지 않았고, 총장직 사퇴를 대가로 치르지 않았느냐"고 했다. 또 "도덕적 비판은 있어도 사외이사는 당시 겸직이 금지돼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어떤 공직보다 도덕성이 중요한 교육부총리에 도덕적 흠결을 가진 인물을 앉힌 것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이 부총리는 서울대 총장 시절 국정원장 등에게 보낸 명절 선물비만 6000만원이나 된다"며 "왜 하필 그를 임명했느냐"고 했다.

최훈.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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