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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亞스타 홍콩출신 독무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아시아 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배우는 청룽(成龍·성룡)이다. 1980년대 '캐논볼' 등으로 할리우드 입성을 노렸다 고배를 마셨던 그는 95년 '홍번구'를 통해 홍콩 영화 사상 최초로 미국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그의 입지를 결정적으로 굳힌 것은 2억5천만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이며 대성공을 거둔 98년의 '러시아워'다. 이 영화를 통해 청룽의 몸값은 편당 2천만달러 선으로 훌쩍 뛰었고 속편 '러시아워2'도 인기를 끌었다.

리롄제(李連杰·이연걸)와 저우룬파(周潤發·주윤발)도 중화권에서의 인기를 할리우드로 고스란히 이어간 운 좋은 경우라 할 수 있다. '리설 웨폰4'로 98년 미국 시장을 처음 두드린 리롄제는 '로미오 머스트 다이''키스 오브 드래곤''더 원' 등 해마다 거의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저우룬파는 '리플레이스먼트 킬러''애나 앤 더 킹' 등에서 미라 소르비노·조디 포스터 등 스타급 여배우와 공동 주연을 맡는 행운을 누렸다. 여배우로서는 양쯔충(楊紫瓊·양자경)이 '007 네버다이'에서 '아시아 출신 본드걸 1호'로 등장했다.

할리우드가 이처럼 아시아 배우들을 부쩍 총애하게 된 것은 홍콩식 액션을 적극적으로 할리우드 영화 속에 끌어들이게 되면서부터다. 그 기폭제가 된 것이 '영웅본색'의 재능을 인정받아 할리우드로 차출돼 '브로큰 애로''페이스 오프'를 선보인 우위썬(吳宇森·오우삼)감독이다. 이는 홍콩식 액션을 차용한 워쇼스키 형제의 99년작 '매트릭스'의 폭발적 성공으로 확고해졌다.

지난해 저우룬파·양쯔충 등을 주연으로 기용해 외국어영화상 등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수상한 '와호장룡'은 할리우드에 부는 '아시아 강풍'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였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와호장룡'은 홍콩식 액션을 할리우드에 접목한 수준을 뛰어넘어 아시아 고유의 스타일로 가더라도 세계 시장에서 얼마든지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언어상의 어려움 등을 들어 장기적으로 볼 때 배우보다는 감독의 생존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시각도 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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