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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日히로시마 애니 축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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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세계 4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중 하나인 히로시마 페스티벌이 26일 5일간의 일정을 끝냈다.

격년으로 열려 올해 9회를 맞은 이 행사는 아시아권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로 세계 실험·단편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견본시 미파(MIFA)와 함께 치러져 다소 떠들썩한 느낌을 주는 프랑스 안시 페스티벌과 달리 영화제 위주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이 행사는 히로시마시의 문화센터인 아스터 플라자(Aster Plaza)에서 상영 및 전시 행사가 펼쳐진다.

3개 상영관의 스크린을 장식한 올해의 작품은 총 4백여편. 54개국 1천4백38편의 출품작 중 예심을 거쳐 선정된 73편의 공모전 본선 진출작 상영회는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다.

올해 경쟁부문 출품작의 특징은 학생들의 작품이 많았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열렸던 안시 페스티벌에서와 마찬가지로 학생 작품들은 기성 애니메이터들의 그것보다 참신성 면에서 주목받았다.

눈길을 끌었던 기획 프로그램으로는 지난 2년간 세계 단편·실험 애니메이션의 경향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의 걸작들(Best of Animation)'과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하는 국제 애니메이션 필름협회(ASIFA)기념상영회, 20주년을 맞이한 'ASIFA 재팬' 감독들의 작품 상영 및 전시회였다.

이번 대회 최고의 화제는 단연 헝가리 출신 페렌크 카크 감독과 그의 작품들이었다. 페스티벌 마지막 날 첫 시간에 상영된 그의 작품들은 올해 히로시마를 찾은 관객들로 하여금 '후회없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게 했을 만큼 감동의 순간을 제공했다.

영화 상영에 이어 무대 위에 설치된 카메라와 실습대 위에서 즉석으로 펼쳐진 카크 감독의 모래 애니메이션 제작 시연은 모래가 마치 살아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관객들은 사각거리는 모래로 다양한 모습을 만들고 또 움직이게 하는 광경을 지켜보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5일간 관객들의 열기와 환호 속에 진행된 경쟁부문에서 그랑프리는 예상대로 네덜란드 마이클 두덕 드 위트 감독의 '아버지와 딸(Father & Daughter)'이 차지했다.

'아버지와 딸'은 지난해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을 수상한 이래 최근 2년간 전세계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마다 대상을 휩쓸고 있는 화제작으로 이번 대회에서 관객상까지 함께 거머쥐었다. 비록 페스티벌 본상 부문은 아니지만, 한국의 임아론 감독의 '앤젤'은 특별상을 수상해 한국 팬들의 갈증을 씻어주었다.

박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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