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씨 수필 '인연' 여주인공 사진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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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피천득 『인연』 중에서.

수필가 피천득(93·서울대 명예교수)씨가 바로 그 아사코의 젊은 시절 모습을 KBS 방송의 'TV, 책을 말하다'(29일 오후 10시)에서 다시 만났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박명진 교수(서울대 언론정보학과)가 방송 에 초대된 피씨에게 아사코의 초등학교·중학교·대학교 시절 졸업 앨범 사진을 보여준 것. 사진 속 아사코의 모습은 여러명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서구적 미인이었다.

녹화 전에는 이같은 사실을 몰랐던 피씨는 "도대체 어떻게 찾았느냐"고 놀라워했다. 수필 속 아사코는 익명성을 살리기 위해 성이 바뀌어 있기 때문이다.

KBS측에 따르면 허진 도쿄 특파원이 아사코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동창인 한 수녀를 알게 돼 출신 학교인 성신여학원 등의 졸업 앨범을 뒤져 단체 사진 속의 아사코를 찾았다고 한다.

현재 83세인 아사코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을 피씨에게 전하며 진행자가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고 싶지 않으십니까"라고 묻자, 피씨는 "그럴 생각 없습니다. 살아있다는 소식만으로도 기쁨을 줍니다. 아~살아 있군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짤막한 답변으로 감정을 자제하던 피씨도 녹화가 끝난 뒤 "사진을 나중에 받을 수 있겠느냐"며 오래전의 인연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제자였던 심명호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 등이 출연해,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피씨의 수필집 『인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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