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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난성 동정湖 범람 위기 1천만명 물난리 비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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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국에서 둘째로 큰 호수인 동정호(洞庭湖·지도)가 계속된 폭우로 범람 위기에 처하면서 호수를 끼고 있는 후난(湖南)성 일대에 21일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후난성 당국은 "동정호가 위험수위를 넘어서 약 1천만명이 수해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20일 이상 계속된 폭우로 21일 오전 동정호의 수위는 위험수위(32m)를 1.5m나 넘어선 33.55m를 기록, 호수를 둘러싼 제방이 무너지기 직전의 위기 상황이다.

동정호가 범람한다면 피해 규모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최대 수심 30m, 수상면적 3천9백㎢의 동정호는 면적이 서울시의 여섯배가 넘는 규모다.

더구나 호수 주변에는 웨양(岳陽)·이양(益陽)·창더(常德) 등 인구 밀집도시가 몰려 있다.

양쯔(揚子)강 수자원관리공사(YWRC)는 20일 "양쯔강의 방패 역할을 하는 동정호가 범람한다면 사상자는 수십만명에 달할 것"이라며 "약 1천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농경지 70만㏊가 물에 잠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1998년 여름 동정호 제방이 무너졌을 당시 4천여명이 사망했다. 그 때는 호수 주변의 인구가 지금의 3분의 1에 불과했기 때문에 산술적인 계산대로라면 이번에 다시 범람할 경우 사망자는 최소 1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중국 정부는 21일 후난성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군과 노동자를 총동원해 '홍수와의 전쟁'을 치를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1차로 군인 7만명과 관리 3천명이 동정호 주변의 도랑과 제방 보수 공사에 투입됐다. 주민 대피와 보호는 군인들 몫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현재 동정호 주변 지역은 아비규환의 참상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은 집과 땅을 모두 잃고 맨주먹으로 피난길에 올랐다.

구호 식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염병이 창궐할 위험도 크다. 뒤늦게 중앙 정부가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악천후로 인해 수송과 물자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올해 홍수로 이미 9백여명이 숨졌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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