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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남북 先평화 後화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얼굴) 대통령후보가 21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대조되는 대북(對北)정책 구상을 밝혔다. 주로 보수성향의 학자들로 구성된 '희망포럼' 세미나에 초대받은 자리에서다.

李후보의 발표 내용이 관심을 끄는 것은 유력한 대선후보 중 한 사람의 대북정책에 대한 인식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李후보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내에서는 이를 계기로 후보와 당의 이원전략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신병풍(新兵風)' 등 정쟁(政爭)은 당에 맡기고 후보는 정책을 계속 발표하면서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李후보가 세미나 직후 대구로 내려가 계명대 학생들과 청년실업을 주제로 토론 시간을 가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李후보는 이날 "집권할 경우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대북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며 '대북 3원칙과 5과제'를 발표했다. 3원칙은▶남북한 당사자 주도▶긴장완화와 교류협력의 병행 ▶평화의 단계적 실천이다.

李후보는 "북한이 아직도 한반도 문제를 미국과 해결하겠다는 비현실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나 평화구축의 주체는 남북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햇볕정책을 겨냥,"교류협력만 되면 평화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는 생각은 안이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진정한 평화의 시대를 열기 위해선 긴장완화와 교류협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李후보는 3원칙을 바탕으로 한 '5개 평화정책 과제'로 ▶군사적 긴장 완화▶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 해결▶평화 진전 땐 본격적인 대북지원▶교류협력의 제도화와 인도적 문제 해결▶남북한과 미국·일본·중국·러시아의 정상이 참여하는 '동북아 평화협의체'추진 등을 제시했다.

李후보의 구상은 그동안 얘기해온 '전략적 상호주의'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등 군사문제 해결에 비중을 두고 있는 점이다.

햇볕정책과의 차별화 의지가 드러난다.

"북한이 긴장완화에 호응할 경우 북한지역 개발을 위한 종합계획을 세우고 재정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남북한과 주변국·국제금융기관이 참여하는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상호주의'에 호응할 경우 적극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여기엔 그의 정책이 보수 일변도가 아님을 보여주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한편 이날 행사엔 李후보의 자문그룹으로 활동하는 한양대 유세희(柳世熙)부총장, 경희대 신정현(申正鉉)대학원장, 건국대 백영철(白榮哲)교수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종욱(鄭鍾旭·아주대 교수) 전 대사도 보였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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