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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 소금 다이옥신 알아서 조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9면

지난 9일 일부 구운 소금과 죽염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식품의약품안전청 홈페이지(www.kfda.go.kr)엔 관련 제품 이름을 밝히라는 수백건의 항의성 글이 쏟아졌다.

아내가 임신 중이라는 한 네티즌은 "다이옥신이 든 소금을 계속 먹으라는 것이냐"며 분노를 표시했다. "식의약청이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기관이 맞느냐"는 질책도 있었다. 이에 대해 식의약청은 '꿀먹은 벙어리'신세.

문제된 제품·업소를 언론에 공개하지 못하고 직접 검사한 4개 제품·회사만 전화로 물어오는 사람에게 제한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심지어는 죽염업계측에서 "다이옥신이 다량 검출된 업소를 공개해 선의의 피해 업체가 없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소금 내 다이옥신 잔류 허용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잔류 허용기준이 없으면 설사 어떤 제품에 다이옥신이 엄청나게 함유돼 있어도 이를 수거·폐기·처벌할 수 없다.

식의약청 관계자는 "각종 소금의 다이옥신 함량을 조사한 뒤 잔류 허용기준을 정하려면 앞으로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 제품의 다이옥신 검사비용이 3백만원에 달한다는 현실적인 고충도 털어놨다.

결국 국민들은 적어도 2년 이상 스스로 '알아서'조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소금에 고온의 열을 가하면 다이옥신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학계에선 오래 전에 예견된 일이었는데 정부가 허용기준을 정하는 일을 소홀히 해온 탓이다.

식의약청의 보고서에 따르면 다이옥신 외에도 요즘 국내외에서 문제되고 있는 식품오염물질 다수가 잔류 허용기준이 없어 이번 같은 사태가 발생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발암물질인 PCB와 곰팡이 독소인 아플라톡신 M1·오크라톡신·푸모니신 등에 대한 잔류 허용기준도 설정돼 있지 않다. 미국·일본 등은 식품 중 PCB 허용기준을 마련해놓고 있다.

잔류 허용기준을 놓고 미국·유럽이 수년째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우유 내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 M1의 허용기준도 우리 식품공전(食品公典)엔 없다. 유럽 기준을 따를 경우 국내 일부 우유의 아플라톡신 M1 함량은 허용기준을 초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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