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설사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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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덥고 습한 여름을 지내고 난 후 나타나는 후유증으로 대표적인 것이 설사병이다. 설사를 일으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름에 특히 많은 이유는 찬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했거나 변질된 음식물, 혹은 한습(寒濕)과 습열(濕熱)이 속에서 막혀 비위(脾胃)의 정상적인 운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소에 위장 활동이 약한 사람이 찬 음식,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냉기에 많이 노출되면 몸이 차가워져 배탈이 나기 쉽다.

찬 것을 많이 먹어 생기는 설사를 '손설(飡泄)'이라고 한다. 이 때는 장이 냉해져 소화·흡수되지 않는 음식물이 배앓이와 함께 그대로 빠져 나온다. 상한 음식을 먹었거나 과식했을 때 오는 설사는 '식적설(食積泄)'이다. 음식만 먹으면 사르르 배가 아파오면서 설사를 하는 것이 특징.

위장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식적설은 위가 무력해 주무르는 힘이 허약한 것이므로 침을 맞아 체증을 풀어주면 위장 기능이 좋아져 상습적인 설사도 고칠 수 있다.

한편 장마철이나 휴가여행을 다녀온 뒤에 흔하게 생기는 설사병은 보통 물을 갈아 먹어서 나는 병이라고 하지만, 대체로 세균성인 경우가 많으므로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치료를 한다.

날씨가 습해 설사를 할 때는 대추차를 뜨겁게 해서 자주 마시면 설사를 멈출 수 있다. 또 향유차를 마셔도 위와 장을 따뜻하게 해줘 여름철 설사병에 효과적이다.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흔히 '마'라고 하는 산약으로 죽을 쑤어 장복하면 아주 좋다. 쌀 2백g으로 죽을 끓인 뒤 젖은 마 20g을 잘게 썰어 넣고 다시 끓인다. 마는 기운을 나게 하고 속을 든든하게 해주며 설사 억제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장염 치료제로 많이 쓰인다.

신준식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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