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중남미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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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채무지불정지(디폴트)=돈을 빌린 뒤 원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황을 말해요.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다른 나라에서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하면 파산해요. 빚을 못 갚는 사람에게 다시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듯이 국제적으로도 디폴트 상태에 있는 국가에는 돈을 꿔주려 하지 않아요. 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와 비슷한데 모라토리엄은 갚을 의사는 있지만 능력이 부족해 천천히 갚겠다는 것이고, 디폴트는 더 이상 못 갚겠다는 것이어서 차이가 있죠.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펴는 정치성향을 뜻하죠. 1940년대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 대통령과 그의 부인 에바 페론(영화 '에비타'의 실제 주인공)이 대표적인 포퓰리스트로 꼽혀요. 페론 부부는 노동자들의 인기를 얻으려고 대규모 실업연금 지급 등으로 국가 재정을 바닥내고, 외채까지 끌어다 썼어요. 이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아르헨티나 외채는 경제위기가 재발하는 원인의 하나가 됐어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 네 나라가 1995년 경제협력과 자유무역을 위해 설립한 경제공동체예요. 칠레·볼리비아는 준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죠. 설립 이후 회원국들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경제 교류가 활발해졌어요.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머지 회원국들을 어려움에 빠지게 했죠.

◇국제투기자본(핫머니)=국제금융시장을 떠돌아다니는 단기자본을 뜻해요. 한꺼번에 몰려다니는 경향이 있는데 경제 구조가 취약한 국가들은 핫머니의 유출입으로 경제가 출렁거려요. 중남미 경제위기도 직접적으로는 핫머니의 일시적인 유출에서 비롯됐죠.'환투기의 귀재' 조지 소로스가 1992년 10월 파운드화를 공격해 영국 중앙은행을 무릎 꿇게 한 사건은 핫머니의 위력을 보여준 단적인 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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