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차전지 시장 곧 일본 추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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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세계 2차전지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을 맹렬히 추격해 온 삼성과 LG가 올해 처음으로 일본 업체들을 제칠 것으로 전망된다. 2차전지 시장은 최강자인 산요를 비롯해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이 선점한 상황에서 최근 2~3년 삼성SDI와 LG화학을 앞세운 ‘삼성-LG 연합군’이 추격해 왔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차전지 시장에서 18.5%(출하량 기준)의 시장점유율로 산요(20.2%)에 이어 2위를 차지했던 삼성SDI는 올해 스마트폰 열풍과 일본 엔화 강세 등에 힘입어 처음으로 산요를 누르고 점유율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2008년 처음으로 2차전지 시장에서 소니를 제치고 2위 자리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 최강자인 산요와의 격차를 1.7%포인트 차로 좁혔다.

그동안 고용량 대면적 리튬폴리머전지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 온 삼성SDI는 애플의 아이패드와 아이폰, 삼성전자의 갤럭시S 등에 쓰이는 2차전지를 공급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열풍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이 높아져 삼성·LG 등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애널리스트는 “삼성SDI가 고용량 대면적 리튬폴리머전지의 경쟁력 강화와 아이패드·아이폰·갤럭시S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3분기 안에 산요를 제치고 리튬-이온전지 1위 업체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국 GM과 포드자동차에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를 공급하는 LG화학도 지난해 처음으로 13.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소니(12.1%)를 누르고 3위에 올라선 이후 꾸준히 점유율을 확대해 가고 있다.

LG화학은 GM과 포드에 이어 조만간 유럽과 일본 자동차 회사와도 2차전지 공급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어서 소니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일 양국이 모두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는 2차전지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이 오랫동안 쌓아 온 일본 업체들의 아성을 허물게 된다면 양국 산업사에서 의미 있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의 핵심 기반이 될 2차전지 산업을 세계 1위로 육성하기 위해 2020년까지 이 분야에 1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세계 2차전지 시장 규모는 올해 123억 달러에서 2020년 779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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