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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경기도지사]"동북아 물류중심지로 만들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손학규(孫鶴圭·사진)경기도지사가 19일로 취임 50일을 맞았다.

정치인에서 1천만 경기도민의 살림을 꾸려나갈 도백(道伯)으로 변신한 孫지사를 만나 앞으로의 도정운영 방향 등을 들어봤다.

-이젠 업무파악도 끝났을 텐데요.

"새삼스레 경기도가 크고 중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예산규모(기초단체 포함)는 이미 서울시를 능가했고(경기도 15조3천9백억원, 서울 15조3천4백억원), 인구도 내년말께 1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서울을 앞지를 것으로 보입니다. IT 등 첨단산업은 전국의 65%, 중소기업은 28%가 경기도에 몰려 있습니다. 지난달 초 열린 취임식에 초청장을 보냈던 미국·영국·중국·스페인 대사 등이 대부분 참석했어요. 경기도가 세계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국제화시대 경기도의 위상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4년 동안 도정 운영은.

"우선 동북아 경제 중심지로 발돋움하면서 통일 전진기지로 조성해 나갈 생각입니다. 또 선진 교육·문화환경을 마련하고 도민들에게 쾌적한 삶을 제공해야겠지요. 우리나라가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리적으로 입지가 뛰어난 경기도가 반드시 동북아의 물류 중추 지역이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역별로 특화된 전문 물류기지를 조성하고, 물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을 신설할 계획입니다. 판교는 국제업무 기능을 갖춘 첨단단지로 개발하고 도내 주요 거점지역에는 글로벌 기업의 지역본부를 유치하겠습니다.또 평택항을 활성화하고 배후단지를 개발해 서해안지역 항만·공항·고속전철역 연결 교통망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파주와 연천지역에는 남북교류 협력을 위한 단지를 조성하고,이산가족 면회소와 각종 회의장과 전시장을 건설하는 등 통일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통·행정·정보 인프라를 깔겠습니다."

-난개발 문제도 심각한데요.

"이와 함께 난개발을 억제하고 자연·주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철저히 '선계획 후개발' 원칙을 지켜나갈 방침입니다. 교육과 문화,여성인력 개발 분야 투자도 과감히 늘리겠습니다."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입니까.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인구·기업 등의 수도권 집중을 억제해야 한다는 점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규제는 개선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현행 수도권 정비계획법(수정법)은 경기도 등 수도권에 대기업 공장의 신·증설과 이전을 금지하고 있으며 4년제 종합대학도 들어서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직장 등 일터는 조성하지 않고 집만 짓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경기도는 자생력을 잃고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면서 교통·환경·교육 등 온갖 도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공장총량제로 인해 소규모 공장을 짓기도 어렵습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경우 최근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도 라인 증설은 커녕 창고조차 짓지 못해 자재를 밖에다 쌓아놓고 비를 맞히고 있는 실정입니다."

-서울·인천시와 협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수도권의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의회와 힘을 합하는 등 경기도의 단합된 의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서울·인천 시장 등 수도권 단체장들과도 수시로 모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회에 도정 보고를 정례화해 국회의 동의를 얻는 데도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판교 신도시 개발 방향은.

"건설교통부는 판교를 주택단지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물론 집을 많이 지어 아파트 가격 안정을 도모하려는 건교부의 입장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분당·일산 등 신도시처럼 집만 지어서는 안됩니다. 집과 직장 등 생활환경이 어우러지는 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서울과의 접근성이나 주변환경 등을 고려할 때 판교를 중심으로 부심권이 형성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판교에마저 아파트만 지을 경우 교통문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워질 겁니다. 벤처단지로 지정된 20만평에 가능하면 벤처시설·연구소뿐 아니라 비즈니스 센터와 대기업 본사, 외국기업의 지사 등도 유치할 생각입니다.이러면 굳이 복잡한 서울에서 거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지요.

-영어마을 조성에 관심이 많은데요.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사람이지만 영어·스페인어도 능통하게 구사합니다. 네덜란드가 유럽의 비즈니스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모국어 외에 영어 등 제2·3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동북아 중심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영어를 잘해야 합니다. 이제 영어는 언어가 아니라 인프라 개념이므로 대학입시에서 영어점수를 더 따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생활 영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영어마을을 만들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조성 방안이 있습니까.

"현재 경기도청에는 영어마을 조성을 위한 태스크 포스팀이 구성돼 있으며 곧 영어마을 추진기획단을 만들 생각입니다. 영어마을은 3단계로 조성하겠습니다. 우선 기존의 영어학습 캠프 개념으로 시작할 계획입니다. 연수원 등에서 외국인들이 직접 영어를 가르치는 방식이지요. 다음은 외국인들만의 독자적 커뮤니티(공동체)를 만들어줄 계획입니다. 미군이 한국근무를 기피하는 원인 중 하나가 그들만의 독자적인 커뮤니티가 없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도시 기반 시설을 갖춘 마을을 만들어 그 안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영어마을이 제대로 운영되면 일본어·중국어 마을도 추가로 조성할 수 있을 겁니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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