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관념 깬 깜짝 모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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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여성 생리대 광고에 남자 모델이 나온다. 10대를 겨냥한 햄버거 광고에 80대 무명의 할머니가 등장한다. 10~20대 모델이 단골로 나오는 이동통신서비스 광고에 60대 할아버지가 주연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잉꼬부부 모델이 제격으로 통하던 아파트 분양광고에 '꽃미남' 탤런트가 나온다.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는 광고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통념·관행에 식상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파격이다.'생리대는 여성 모델이 광고를 해야 한다'는 등의 관행은 더 이상 '법'이 아니다.

제일기획 홍영욱 수석국장은 "히딩크 감독의 극적 효과를 기억하는 소비자들에게 파고들려는 기법"이라고 말했다.

새학기 첫 수업이 시작되기 전 대학 강의실 앞. 복도에서 두리번거리는 노신사를 '교수님'으로 착각한 학생들은 잡담을 그만두고 부리나케 자리에 앉는다.하지만 강단에 올라서야 할 노신사는 학생들 속으로 들어간다.

'이 할아버지가 설마 학생은 아니겠지'.

학생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다.강단에 선 젊은 강사에게 힘차게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이어 자막이 한줄 뜬다.'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KTF가 지난 1일부터 TV 등을 통해 내보내고 있는 광고의 줄거리다.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이동통신 광고에는 톡톡 튀는 신세대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KTF는 기업의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60세 노장 연극배우(전성환)를 모델로 내세웠다.

젊은층이 주요 타깃인 패스트푸드 광고에서도 할아버지·할머니 모델이 10대나 20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롯데리아 광고에는 탤런트(양미라)나 가수(그룹 쿨 멤버 김성수)가 등장했다.하지만 지난달 29일부터는 66세의 원로 탤런트(신구)가 모델로 나온다. 헤밍웨이 소설 '노인과 바다'를 패러디한 이 광고에서 '게를 잡는 노인'으로 분한 신씨는 바다에서 잡아온 게를 보고 놀라는 선원들에게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며 코믹하게 한마디를 던진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원로의 코믹한 연기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달 햄버거 광고에서 87세의 할머니 조춘옥씨를 모델로 내세웠다.

대한펄프의 여성 생리대 '매직스' 광고에는 미남 탤런트(고수)가 등장해 여자친구와 함께 여성의 생리에 관한 대화를 은유적으로 나눈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인 '더 샵' 광고에 총각 탤런트 장동건을 내세웠다.

과자광고에는 늘씬한 수퍼모델 등이 등장, 성적 매력을 물씬 풍긴다. 오리온프리토레이는 스낵 '도리토스'와 '포카칩'에 각각 패션모델(이유)과 수퍼모델(공현주)을 등장시켰다. 여성 모델의 전유물로 통하던 김치냉장고(LG전자 1124) 광고에는 가수 김창완씨가 나온다.

모델료는 할아버지·할머니 등 무명 인사의 경우 대부분 5백만원 수준이고 유명 탤런트는 한해 전속으로 1억~4억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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