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得보다 失 '리우선언' 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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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 과학아카데미의 한 연구팀은 얼마 전 '인간경제의 환경초과'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인류는 1961년 지구가 갖고 있는 연간 생물학적 수용능력의 70%를 사용했으나 99년엔 1백20%를 사용했다. 다시 말해 생산량의 1.2배를 소비한 적자 생활을 한 것이다. 이로 인한 부채는 미래 세대에게 넘겨지며, 자원고갈과 환경파괴라는 재앙으로 나타난다. 이를 막기 위한 인류 차원의 노력이 바로 '지속 가능한 개발'이다.

지속 가능한 개발이란 한마디로 "미래 세대에 필요한 자연의 능력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개발"이다. 80년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이 처음 제창했으며,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브룬틀란트위원회)가 87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사용했다.

이후 지속 가능한 개발은 환경문제의 중심 개념으로 정착했으며, 92년 6월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환경과 개발에 관한 유엔회의(지구정상회의)의 기본이념으로 채택됐다.

리우회의는 1백2개국 정상들을 비롯해 세계 1백80개국에서 수만명의 정부·민간 대표들이 참석한 대규모 국제회의였다. 환경문제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책임, 개도국에 대한 자금·기술 지원 등에 관해 광범위한 논의가 있었다. 그 결과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선언, 행동원칙을 정한 의제(議題)21, 지속 가능한 삼림관리원칙을 정하고, 기후변화조약과 생명다양성조약을 체결하는 등 획기적 성과를 올렸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지구는 더 살기 좋은 곳이 됐을까? 결코 아니다. 환경은 오히려 악화됐다.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크게 늘었다. 지난 1월 미국의 환경단체 월드워치가 발표한 '지구환경보고서 2002'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탄소 배출량은 9.1%나 늘었다. 전체 배출량의 24%를 차지하는 미국은 지난해 3월 이산화탄소 배출 삭감목표를 정한 교토(京都)의정서에서 탈퇴했다.

식량도 매우 부족하다.유엔 경제사회이사회는 2025년 세계 인구가 80억명에 달하고, 심각한 식량위기가 닥칠 것으로 전망한다. 물 부족 역시 심각해 현재 세계 인구의 40%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2025년 50%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안전한 식수 부족으로 10억명이 고통받고 있으며, 오염된 식수로 인해 해마다 2백20만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한편 후진국에 대한 선진국의 원조는 92년 6백90억달러에서 2000년 5백3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의제 21에서 선진국은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0.7%를 후진국 원조에 쓰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약속을 지키는 나라는 네덜란드·룩셈부르크·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 다섯 나라뿐이다. 유럽연합(EU)은 평균 0.33%, 미국은 0.1%에 불과하다.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리우회의 10년을 점검하고 앞으로 계획을 세우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세계정상회의(WSSD)'가 열린다.

1백개국 정상들을 비롯해 1백80개국에서 6만5천명이 참가한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무관심과 소극적 자세로 시작 전부터 회의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행동하기 위한 구체적 합의와 이를 실천하는 정치적 의지 없이는 요하네스버그회의도 실패로 끝날 것이다. 희망의 미래는 그냥 오지 않는다.

국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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