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사의 도전]30년대 조선 지식인 사회 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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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신간은 일제시대 한 보통 지식인이 1937년부터 40년까지 만 3년에 걸쳐 '동아일보'등 일간지들의 주요 기사들을 모은 신문 스크랩북 일곱권을 텍스트로 해서 당시 '지식인들의 세계관'을 들여다보는 미시사 서술에 도전하고 있다.

보통 지식인은 밝맑 이찬갑(1904~74). 저자는 그가 당시 권력 역학관계에서 '주변화된'평범한 인물이었다고 밝히지만 오산학교를 창립한 남강(南岡) 이승훈이 종증조부이고 함석헌·김교신 등의 동료이기도 했다.

원로 역사학자 이기백(전 한림대)교수의 선친이기도 한 그는 '성서조선' 사건에 연루돼 6개월 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우리 역사와 우리 말 교육에 중점을 둔 풀무학교(현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를 58년 설립한 것도 그런 지향점의 연장선 상에 있다.

낡은 유교적 가치관에 염증을 내고, 세속화한 교회조직에 환멸을 느껴 무교회 주의를 지향했던 이찬갑의 내면 세계를 스크랩북에 간간이 등장하는 메모, 그의 저서, 아들 등 주변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구체화했다. 따라서 "일제시대 조선의 지식인들은 무엇을 생각하며,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응답이 이 책이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저자가 선언한 미시사의 열매라고 하기보다는 다소 밋밋한 '인물평전'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그것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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