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① 미술 >畵家와 대화 '심미안' 활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금요일에 주말을 맞게 된 직장인이 늘면서 길어진 휴일을 생산적인 자기 계발에 쓰려는 이들이 많아졌다. 문화 현장을 찾아 감상은 물론, 공부까지 겸하는 알뜰파들이 전시장과 공연장을 메운다. 예술 과목에 대한 학교 평가가 중요해지자 가족 단위 관람객도 증가 추세다. 안목을 키우고, 심미안을 기르려는 열성 문화애호가들과 함께 토요일로 떠난다.

편집자

지난 10일 토요일 오후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 1백50여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에 빼곡 늘어섰다. '미술의 시작 Ⅳ-열린 미술'전에 출품한 작가 황선구씨가 컴퓨터를 이용한 몽타주 기법을 설명하는 참이다.

"사진을 여러 장 짜맞추어 만드는 포토 몽타주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재미난 미술입니다." 그는 앞 줄에 서있는 참가자들에게 사진기를 나누어주고는 뭐든 찍어보라고 주문했다. 서로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관람객들이 찍은 얼굴 사진은 즉석에서 컴퓨터에 입력됐고, 잠시 뒤 대형 스크린에는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몽타주된 얼굴들이 떴다. 갑자기 한 구석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자기 얼굴이 동강난 걸 본 한 어린이가 괴상하게 느꼈는지 그만 '앙'하고 울어버린 것이다. 작가는 포토 몽타주 작품을 프린트해 나눠주며 미술로 관람객들과 마음을 나눈 기쁨을 표현했다.

9월 1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는 매주 토요일(18·25일과 9월 1일은 일요일) 오후 2시에 작가 11명이 차례로 이어가는 제작 과정 시연회가 연일 만원 사례를 이뤄 기획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작가에게 던지는 질문도 진지하고 날카롭지만, 직접 작품을 그리고 만들고 싶다는 의욕이 뜨겁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순서였던 신경희씨는 좋았던 추억들을 여러가지 식물과 씨앗을 물들여 뜬 종이로 엮은 퀼트(조각보 누비기)를 선보였는데 특히 주부들이 "집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꼬치꼬치 캐물어 진땀을 흘렸다. 전시를 기획한 신정아씨는 "요즈음 관람객들은 전시품을 보는 데 만족하지 않고 미술을 잘 알아야겠다, 해봐야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02-737-7650)

'조선목가구대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순화동 호암갤러리는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 손을 잡고 나선 엄마 관람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4시에 하는 전시설명회 참가자도 증가 추세고,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마련한 '엄마와 함께 배우는 조선시대 목가구 여행'에 대한 문의전화는 1분꼴로 울려 담당자인 한주연씨를 바쁘게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조상들이 쓰던 목가구들 이름을 알려주고 그 시절 얘기를 들려주는 엄마들이 많았다"고 전한 한씨는 "디지털 카메라로 전시품들을 일일이 찍어 집에서 다시 보겠다는 관람객들을 볼 때 좋은 전시를 마련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9월 1일까지. (02-771-2381)

전시 현장에서 작품과 함께 하는 미술교육을 연구해온 이미지(뮤지엄교육연구소)씨는 "미술책이나 화집으로 읽고 외워서 머리로만 아는 미술 감상보다는 직접 전시장에서 작품과 작가와 부딪치며 눈을 열어가는 걸 권하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넉넉해진 주말을 활용해 가족이 함께 보고 소감을 나누면 그 어떤 미술 강좌보다 더 배움의 심도가 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재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