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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脫DJ 성공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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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이 신당 창당 추진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다. 창당방식·내용을 놓고 계파간 이해관계가 엇갈려서다. 12일엔 김원길(金元吉)창당추진준비위원장의 '신당 구상' 발언이 문제가 됐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논란을 빚었고 결국 金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소동을 벌였다.

◇친노(親)-반노(反) 신경전=金위원장이 기자들에게 신당의 성격·방향과 관련, '중도노선' '권력분권형 개헌' 등을 강조한 게 발단이 됐다.

비주류 측의 이협(協)·정균환(鄭均桓)최고위원은 "신당의 성격에 대해 너무 앞서나가는 발언을 삼가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들은 "추진위원장은 창당 절차와 방식만 정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金위원장은 "외부인사 영입 등 신당의 방향을 논의·결정할 권한이 없다면 내가 맡을 이유가 없다"고 반발했다.

金위원장과 일부 최고위원들간의 마찰은 위원장 인선 때부터 예견됐었다. 당초 최고위원회에선 유용태(容泰)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총장은 鄭위원이 주도하는 '중도개혁포럼'의 핵심멤버다. 하지만 최종 낙점단계에서 노무현(武鉉)대통령후보가 金의원을 추천했다.

신당 논의가 후보·韓대표 주도로 이뤄지는 데 대한 반발도 잇따랐다. 이근진(根鎭)의원은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하지 않고 오히려 영향력의 확대를 꾀하며 신당 창당을 추진하면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성명서를 냈다. 비주류 중진인 김영배(金培)고문은 "후보와 韓대표가 사전에 국민경선 방식을 제안하고 韓대표의 측근을 창당추진준비위원장에 임명한 것은 외부인사들의 신당 참여를 막으려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탈(脫)DJ' 성공할까=金위원장은 "신당은 DJ(金大中대통령)와 관련이 없으며, 민주당과도 차별돼야 한다"는 말도 했다. 사실 DJ와의 단절 필요성에 대해 민주당 내에 적잖은 공감대가 이뤄진 상태다. 수도권 출신의 재선의원은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에서 DJ와 민주당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데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DJ색채를 얼마나 빼느냐에 신당의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지지도 하락의 원인을 DJ와 절연하지 못한 데서 찾고 있는 후보 측은 탈DJ로 가는 지렛대로 신당을 활용하려 한다. 신당 추진과정에서 DJ측근으로 분류되는 동교동계나 호남인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신당의 탈DJ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신당 창당에 대해 곱지 않은 여론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현 정권의 모태인 민주당을 해체하지 않은 채 자산만 이어받는 창당 방식이 대선승리를 위한 눈가림용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공격도 부담이다. 한나라당은 신당을 "반(反)이회창연대를 통해 DJ퇴임 이후 안전보장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고 연일 'DJ신당' '청와대 개입설'로 공격하고 있다. 동교동계 구파와 비주류 측의 반발도 예상된다. 동교동계 신·구파 의원 10여명은 13일 저녁모임을 갖고 향후 진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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