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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달라야 돼" 루키즘 확산 <외모지상주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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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외국계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여성 회계사 조모(28)씨는 바쁜 회사 업무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한두번은 반드시 헬스클럽을 찾는다. 그는 회사 동료를 만날 때 '몸관리'를 열심히 하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요즘 그의 지출에서 우선 순위에 드는 것은 바로 외모관리 비용이다. 정기적으로 피부관리도 하고 까르띠에 가방 등 해외 명품도 사곤 한다.

조씨는 "개인적으로 기왕이면 인상도 좋고 호감을 주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면서 "업무능력도 중요하지만 먼저 외모로 타인에게 호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모지상주의 '루키즘(Lookism)'이 확산하고 있다.

◇'외모가 인생을 좌우한다'=제일기획은 국내 13~43세 여성 2백명을 전화·면접조사한 결과 이들 중 68%가 '용모가 인생의 성패에 크게 작용한다'고 응답했다고 11일 밝혔다. 특히 대학생과 직장인 응답자의 80%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 루키즘이 청소년에서 기성세대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응답자의 78%가 '외모를 가꾸는 것은 멋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으며, 70%는 상대방의 피부와 몸매를 보면 생활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상당수 여성은 외모에 신경을 쓰고 외출하면 타인이 더 친절하게 대한다(69%)고 생각하며, 같은 또래 여자를 만나면 외모부터 비교한다는 응답자(56%)도 절반을 넘어섰다.

또한 얼굴이 예쁜 여자보다 몸매 좋은 여자가 더 부럽다고 응답한 사람이 72%에 달해 최근 살빼기·체형보정 산업 등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를 방증했다.

◇루키즘도 세대별로 다르다=제일기획은 4개 세대를 연령별로 나눠 루키즘을 분석했다.

1318세대(13세~18세)는 외모를 가꾸는 수단으로 용모 가꾸기 보다는 운동화·가방 등 소품을 선호하고 있으며, 1924세대는 색조화장·헤어스타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름다움을 가꾸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직장인이 많은 2534세대는 외모 가꾸기를 가장 절박하게 생각하는 세대로 외모가 자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주요 수단이라고 판단, 헬스·피부관리뿐 아니라 성형수술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3543세대는 외모를 부의 상징이나 사회적 지위로 생각하고 피부 몸매 관리에 열중, 기능성 화장품과 속옷·찜질방 등을 적극 활용한다.

제일기획의 유정근 수석은 "여성들의 소비행태가 가족중심에서 개인만족으로 변하고 있고, 제품선택 기준도 필요성과 사용가치를 중시하던 데서 제품의 상징적 이미지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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