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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종량제 그후 10년] 절반의 성공… 처리비 절감 등 8조원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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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쓰레기를 규격 봉투에 담아 버리는 '쓰레기종량제'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다. 1995년 1월 도입한 종량제는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는 등 가시적 효과를 거두면서 정착돼 가고 있다. 하지만 보완할 점도 많다.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짚어 본다.

쓰레기종량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된 1995년 1월 이후 2003년까지 9년간 매년 평균 1749만t의 생활쓰레기가 배출된 것으로 환경부는 집계했다.

종량제가 시행되기 직전 해인 94년의 배출량(2121만t)보다 372만t(17.5%)이 적은 양이다. 반면 같은 기간에 해마다 분리수거돼 재활용된 쓰레기는 634만t으로 94년에 비해 308만t씩 늘어났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종량제로 인한 경제적 이득은 쓰레기 감소에 따른 처리비 절감액 7조1567억원과 재활용품 판매수익 증가 9695억원 등 총 8조126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종량제로 쓰레기는 줄고 재활용 등을 통해 8조원이 넘는 경제적 이득을 봤다"며 "경제 규모와 인구가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쓰레기 배출량이 줄어든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도 있다. 생활쓰레기가 줄어든 것은 생활방식의 변화에 따른 연탄재 감소 등이 큰 몫을 했고, 사업장 폐기물은 종량제 시행 이후 오히려 늘어났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유기영 박사는 "95년 이후 쓰레기 감소가 전부 종량제의 효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 절반의 성공=매립하거나 태울 수 있는 쓰레기가 줄어들었지만 그중 54%는 연탄재와 음식물쓰레기가 줄어든 덕이다.

이들은 종량제가 아니더라도 줄어들 쓰레기였다. 반면 종량제에서 제외된 사업장 폐기물이나 건설폐기물은 오히려 늘었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협의회 김미화 사무처장은 "종량제와 함께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투자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생활폐기물의 45%가 재활용된다고 분석하지만 여기에는 거품이 있다. 재활용돼 실제로 다른 제품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재활용품으로 분리수거만 되면 재활용된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썩지 않는 종량제 봉투 재질도 골칫거리다. 썩지 않는 비닐을 줄이기 위해 생분해성 봉투를 도입했지만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있다. 2003년 10억장의 종량제 봉투가 판매됐으나 생분해성 봉투는 369만장으로 0.4%가 채 안 됐다. 생분해성 봉투 생산비가 일반 봉투의 다섯 배나 되고 판매가격도 1.5배나 되기 때문이다.

종량제 실시 이후 쓰레기 불법 소각과 투기로 오염은 오히려 늘었다. 환경부는 신고포상금 제도를 만들어 2003년 한 해 신고포상금으로 지급된 돈이 11억6400만원에 이르지만 아직도 불법 소각과 투기는 계속되고 있다.

◆ 이런 점을 보완하자=실질적인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분리수거가 잘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강화하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일반 주택가에서는 재활용 수거함을 두고 편리한 시간에 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제 쓰레기 수거 처리 비용의 30% 수준에 불과한 종량제 봉투 가격을 인상, 분리 배출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큰 봉투엔 가격 누진제를 적용해 재활용품까지 마구잡이로 담아 배출하는 사례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EPR)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 재활용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재활용이 쉽도록 제품을 설계.생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 외국은 어떤가=쓰레기종량제를 우리나라처럼 전국적으로 한날 한시에 실시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국가는 지자체별로 시행 중이다. 스위스의 도시에서는 쓰레기는 규격 봉투를 이용하고 재활용품은 도시 곳곳에 설치된 분리함에 별도로 배출한다. 일본 도쿄도나 삿포로시 등에서는 사업장에 대해서만 종량제를 실시한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시에서는 지난 1일부터 각 가정에서 재활용품의 분리배출을 의무화했다. 1년간 계도 기간을 거쳐 내년부터는 배출하는 생활쓰레기 가운데 재활용품이 10% 이상이면 50달러의 과태료를 물린다.

강찬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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