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美 무용가 김명수씨 국내 활동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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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뉴욕에서 거주하던 살풀이 무용가 김명수(48·사진)씨가 한국에서 새로 활동을 시작한다. 김씨는 소설가 황석영씨의 전 부인으로 1991년 방북을 이유로 그 동안 국내 활동에 제약을 받았었다.

김씨는 1986년 황석영씨와 결혼한 뒤 91년 북한을 방문, 평양무용단 피바다 가극단과 공연하면서 북한 무용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특히 그는 북한 무용수들과 공동 창작 작업을 모색하면서 북한의 무용 표기법인 자모식 표기법을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활동 재개의 계기로 삼는 것은 국제무용협회 한국 본부가 23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서예관 개최할 '북한 무용과 한국 무용의 발전과정과 협력 방안에 대한 세미나'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주제발표를 통해 북한 무용계의 현황과 남북한 교류 방안 등을 중점 거론하면서 수집한 비디오도 상영할 예정이다.

북한 방문 후 김씨는 미국에서 아들과 '망명 아닌 망명 생활'을 해 왔다. 97년 5월 뉴욕의 베시 쇤베르크극장에서 '굿춤 97-망명자의 폐허, 그리고 재생'이라는 타이틀로 민족분단과 이에 따른 가족의 단절을 그린 전통무용 작품을 공연, 주목을 받았다. 올초에는 자신의 춤에 감화를 받은 프랑스 현대 무용가 셀린 바크가 부산에서 살풀이 춤을 공연하는 것으로 간접적으로 소식을 전했다.

김씨가 국내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은 현 정부 들어 방북 등 시국 관련 사안으로 해외에 체류하고 인사의 귀국을 허용했기 때문. 한 관계자는 김씨가 지난 6월 한국에 들어와 활동 재개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그는 남편인 황석영씨에게 정신적 존경을 표시해왔으나 두사람 사이정치적 굴레 등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화여대 무용과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후 인간문화재인 이매방 등 한국무용의 대가에게 전통춤을 전수받았다. 83년 미국으로 건너가 마사 그레이엄무용학교에서 수학했으며 황석영씨와 북한을 방문한 직후인 92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94년 5월 뉴욕에서 '굿춤'으로 데뷔 공연을 가졌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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