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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베트남 신부 비극’ 더는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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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업체들이 이런 식의 영업을 하는 이유는 단기간에 많은 혼인을 성사시켜 떼돈을 벌려 하기 때문이다. 이윤 추구에만 눈이 멀다 보니 여성들에게 신랑감에 대해 거짓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2006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베트남 여성 결혼이민자의 31%가 재산·직업·성격·소득 등과 관련해 결혼 전에 들은 배우자 정보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는 영리 목적의 결혼 중개를 금지하고, 캄보디아에서는 집단 맞선을 막는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중개업체들이 현지 중개업자와 연계해 불법적 행위를 일삼는 추태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결혼을 위장한 성매매 목적의 베트남 여성 인신매매가 적발되기도 했다. 미국 국무부가 발행하는 인신매매보고서에서도 2007 인신매매 성격의 한국 내 국제결혼 홍보물을, 올해는 한국의 국제결혼중개업자를 통한 인신매매 위험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07년 12월 결혼중개업 관리에 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올 11월부터 개정된 관련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가 국제결혼중개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개정법엔 업체가 결혼당사자로부터 혼인경력, 건강상태, 직업, 범죄경력을 제공받아 상대방에게 서면으로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법무부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여성과 국제결혼을 계획하는 한국인 남성에게 출국 전 사전소양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결혼이민자 보호에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제 장치 강화만으로 베트남 신부 살해 사건 같은 비극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국제결혼 당사자들은 대부분 연령 및 언어, 가치관과 문화의 차이가 너무 크다. 상대를 알기 위해 내국인 간 결혼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제결혼과 관련된 가정폭력 등 불행한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결혼 전에 당사자들이 서로를 충분히 알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가지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자면 돈벌이에 혈안이 된 중개업체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예컨대 ‘농촌총각 결혼지원 사업’을 지자체와 전문성을 가진 비영리 민간단체가 공동 추진하는 식으로 국제결혼 문화를 바꿔 가면 어떨까 한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