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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내 강경파 누구인가] 진짜 강성은 30명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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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열린우리당 안에서 가장 결속력이 큰 계파는 당권파도, 재야파도 아닌 '강경파'다. 숫자를 세어보면 '진짜 강성'은 30여명 안팎이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문제 등 쟁점이 생기면 일제히 논의의 전면에 나서 당론을 주도한다. 인터넷을 주무대로 한 열성당원들도 이들 편이다. 3일 물러난 이부영 의장은 "여야 안의 과격노선과 투쟁을 불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재야.개혁당파가 주도=강경파 의원들은 대부분 학생.사회운동 경험이 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필두로 한 재야파와 유시민.유기홍 의원 등 개혁당 출신에 강성이 많다. 이들은 운동 경험을 통해 강한 이념적 연대를 갖고 있다. 보안법 연내 폐지에 특히 앞장섰던 것도 그래서다. 범재야파 중에선 장영달.이인영.정봉주.우원식.선병렬 의원 등이, 개혁당 출신에선 유시민.유기홍.이광철.김태년.김형주.강기정 의원 등이 강성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임종인.정청래 의원 등 특정 계파에 넣기 쉽지 않은 의원들도 있다. 정책 문제에서는 계파보다 이념적 결합이 더 강하다는 얘기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386세대에 못지 않게 '475(1950년대생, 70년대 학번)'세대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또 장영달(4선).유시민(재선) 의원을 빼면 대부분 초선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학생운동 때부터 정치 경험이 많거나 재선급인 386 의원들이 475 선배들보다 현실적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당원은 나의 힘"=수적으로 다수가 아닌 강경파의 논리가 힘을 받는 것은 그들의 뒤에 열성당원들이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부영 의장이 3일 강경파를 공격하자 당 홈페이지에는 "(이 의장은) 더러운 입을 다물라"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하는 것이 강경파라면 기꺼이 강경파가 되겠다"며 그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선병렬 의원은 "온건파들이 숫자가 더 많다고 주장하지만 당의 정체성에 대해서만큼은 강경파에 시비를 걸기 힘들다"며 "이는 온건파도 결국 당의 개혁성 때문에 당선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국회에서 그나마 신문법.기금관리기본법 등 몇 개라도 따낸 것도 결국 강경파의 노력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내 일부 중진은 이들에 대해 "전당대회에서 고정 지지자들의 표를 노린 전략"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지난번 강경파들이 '240시간 의원총회'란 이름으로 국회 농성을 주도한 것도 전당대회를 노린 '권력투쟁'적 성격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기정 의원은 "그런 소리를 들을까봐 임시국회가 끝나자마자 '240시간 의총'을 해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야파인 문학진 의원은 한 발 더 나가 "4대 입법 처리에서 '원칙'을 강조한 것이 꼭 전당대회에서 다수의 표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개혁성 외에도 누가 통합력을 갖고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이만섭 "강경파 득세 정당은 망해"=한편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어느 정당이든 강경파가 주도하는 정당은 망했다"며 여권 내 강경파를 비판했다. 그는 "공화당 시절 차지철이라는 강경파가 득세를 해 (국회를) 좌지우지했는데 결국 망했다"면서 "강경파가 득세하면 반드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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