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이라크 저항세력에 의해 납치됐다 최근 풀려난 프랑스 기자 2명의 석방 과정에 프랑스 정보기관이 극비리에 개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2월 22일 납치된 지 넉달 만에 석방된 주인공은 RFI의 크리스티앙 셰노(左) 기자와 르 피가로의 조르주 말브뤼노(右) 기자. 이들은 8월 이라크 나자프로 향하던 중 '이라크 이슬람군'이란 저항단체에 납치됐다. 두 기자는 판지로 만든 관에 담긴 채 트럭에 실려 끌려다니는 등 심한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납치단체는 결국 이들이 미국 스파이가 아님을 확인, 4개월 만에 풀어줬다. 프랑스 정부는 두 기자를 구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공식 외교 채널은 물론 방첩기관인 국가보안국(DST)과 공안경찰, 그리고 대외 비밀업무를 맡은 국방부 대외안보국(DGSE)까지 동원됐다.
12월 31일자 르 피가로 매거진은 이 중에서도 DGSE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활약상을 소개했다. 첫 작업은 납치경로를 되밟아 누가 납치했는지를 추적한 것이다. 이를 위해 DGSE는 7만통 이상의 통신을 도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잡지는 "DGSE가 58개의 가상 시나리오를 만든 뒤 사실 확인을 통해 하나씩 지워 나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DGSE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보안이었다. 납치 조직은 이탈리아 기자와 마케도니아.파키스탄인 인질 2명씩을 살해한 과격단체다. 이 때문에 DGSE는 납치범들과 이라크인 밀사를 통해 극비리에 간접 접촉, 협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납치 조직이 자신들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이나 이라크 당국에도 알리지 않았다.
결국 DGSE 요원들은 첫 접촉에 실패한 뒤 두번째 약속 날 바그다드 모처에서 납치범들과 만나 두 기자를 넘겨받았다. 당시 복면을 한 납치범들은 차를 타고 나타나 "인질들을 보기 원하느냐"고 물었다 한다.
이에 DGSE 요원은 아랍어로 "보는 게 아니라 데려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무장한 다른 차 한 대가 나타났고, 납치범들은 트렁크에서 두 기자를 끌어내 넘겨줬다고 한다.
파리=박경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