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지하철역 영화촬영지로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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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2일 밤 12시 전동차량들이 운행을 마치고 차고로 들어간 시간. 관광버스 5대가 7호선 논현역에 도착하자 1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하로 내려가 개찰구를 통과한다. 영화 '튜브'(감독 백운학)에 등장하는 엑스트라들이다. 플랫폼으로 촬영용 전동차가 들어서자 감독의 지시에 따라 주연배우 김석훈과 배두나씨 등 모든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첫 열차가 운행되는 새벽 4시까지 촬영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지하철역이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 도시철도공사의 경우 그동안 하루 1.4회꼴로 5백여차례 역사를 개방했을 정도다. 지하철역이 주요 배경이 된 영화도 '베사메무쵸''공공의 적' 등 20여편이 넘는다.

지하철역 가운데 '엽기적인 그녀'에서 차태현·전지현씨가 데이트를 했던 6호선 녹사평역은 최고의 촬영장소로 꼽힌다. 지난해 개봉된 이 영화는 전체 장면 가운데 11.7%를 녹사평역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거대한 원형계단에 화려한 야간 조명과 분수대를 갖춘 6호선 월드컵 경기장역도 단골 촬영장소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감독과 영화분위기에 따라 선호하는 지하철역이 다르다"며 "세련된 도시 분위기를 원하는 감독들은 대리석 바닥 등 고급 건축자재로 단장된 청담역이나 논현역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는 시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기 위해 촬영시 전동차와 역사를 무료 제공하고 있다. 촬영용 전동차를 운전하는 기관사들은 야근수당을 따로 받는데다 영화에 직접 출연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어 자원하는 경우가 많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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