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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들이여! 또 신화를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1일 오후 3시 태릉선수촌 감래관 1층. 70평 남짓한 공간에 들어서자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들의 쩌렁쩌렁한 고함소리와 호신구를 때리는 세찬 발차기 소리에 귀가 멍할 지경이었다. 이곳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경훈(27·에스원)을 비롯해 남녀 각 8체급의 16명. 훈련 파트너로 함께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월드컵대회 출전선수 16명까지 포함하면 모두 32명이었다. 두명씩 짝을 지어 실시하는 발차기 연습에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배어 있었다. 간혹 잘못 나간 발길질로 인해 쓰러지는 선수까지 나왔다. 감래관에는 대형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이들이 내뿜는 열기로 무더운 바깥 온도와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이재봉(41)여자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는 한국팀 최대의 메달박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그러나 대만을 비롯, 동남아와 중동 국가들의 기량이 만만치 않아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태권도는 12개의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2백m 실내트랙을 갖춘 실내체육관 오륜관에서는 남자핸드볼·배드민턴, 그리고 육상선수들이 연습을 하고있었다. 함께 훈련을 하던 양궁선수들은 1백30㎞ 극기 행군 훈련을 떠나고 없었다.

두개 동으로 나뉘어 있는 필승관에서는 유도·역도·레슬링·체조 선수들이, 그리고 승리관에서는 탁구 선수들이 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밖에 농구장·펜싱장·수영장 등에서도 각 종목 선수들이 두달도 채 남지 않은 결전의 순간을 위해 막바지 훈련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야외에서는 남자핸드볼과 함께 아시안게임 5연패의 대기록을 노리는 여자하키 대표팀이 한체대와의 연습경기에 앞서 드리블과 패싱 등 기본기 훈련으로 몸을 풀고 있었다. 기온은 30도, 햇볕은 그리 따갑지 않았으나 손가락을 비비면 금방이라도 땀방울이 묻어날 만큼 높은 습도 때문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그러나 여자하키 선수들의 몸놀림은 무더운 날씨를 비웃는 듯 경쾌하기만 했다. 잠시 후 시작된 연습경기에서 대표선수들은 전반에만 두골을 넣어 무르익은 기량을 과시했다.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의 메카' 태릉선수촌에는 1일 현재 육상·수영·사격·핸드볼 등 15개 종목에서 2백77명의 국가대표들이 입촌해 막바지 훈련으로 땀을 흘리고 있다. 복싱선수들은 강원도 태백에 있는 선수촌 분촌에 들어가 있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여자핸드볼 선수단과 핀란드에서 전지훈련 중인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선수단 등 30여명이 다음주 중 태릉선수촌에 입촌하게 되면 선수촌은 만원사태를 이루게 된다.

태릉선수촌의 숙소 및 훈련시설이 아시안게임 선수단(1천14명)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부족하다 보니 종목간에 입촌 경쟁도 치열하다. 육상·수영·체조 종목의 상당수 선수는 소속팀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여자 하키의 경우 부산 전지훈련을 떠났다가 다른 종목 선수들이 숙소를 차지하는 바람에 훈련캠프를 성남으로 옮겨야 했다. 여자하키 선수단은 성남의 한 모텔에서 머물며 훈련을 하고 있다.

장창선(59)선수촌장은 "시설 부족으로 선수들에게 충분한 훈련장소를 마련해 주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열기 때문에 다른 종목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줄어든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장촌장은 그러나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은 성실히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 아시안게임 사상 최고의 성적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왕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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