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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미지 심자" 자위대 연주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섭씨 35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30일 정오, 도쿄(東京) 히비야(日比谷)공원 맞은편 '히비야 시티광장'에서는 이색적인 음악회가 40분 동안 열렸다.

청중들이 광장에 마련된 파라솔 30여개에 딸린 의자에 앉아 도시락·햄버거 등을 먹는 동안 관현악단 30여명은 '닻을 올리고' 등 6곡을 연주했다. 사람들은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훔치면서도 한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로 호응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청중은 불어났다. 자위대 음악대가 점심시간을 이용해 펼치는 '거리 연주회' 현장이다.

자위대 소속 음악대가 거리로 나선 것은 20년 전부터다. 일제의 침략전쟁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던 일본 국민들 사이에 깊게 남아 있는 '군대 혐오증'을 없애기 위한 홍보전략이었다.

육군 자위대 중앙음악대 소속 가토 요시유키(加藤良幸)대위는 "자위대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어주자는 것이 연주회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육상자위대 21개, 해상자위대 5개,공군자위대 5개 등 총 31개 군악대가 매년 5~10월 사이에 매주 2~3차례 전국 순회공연을 한다.

자위대는 이밖에도 연간 2만명을 며칠씩 입소시켜 군대생활을 체험하게 하고, 각 지역의 축제(마쓰리)에도 적극 도움을 준다.

이런 노력은 자위대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졌다.방위청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위대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사람이 2000년에는 82.2%를 기록했다.1991년보다 14.7%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그러나 '옥의 티'도 있다. 정부가 학생들의 자위대 견학을 노골적으로 부추기자 교육계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부과학성은 올해 처음 초·중학생 교육용 추천 견학시설에 사회복지·자연보호·국제교류단체 등과 함께 자위대를 포함시켰다. 후쿠오카(福岡)현 쓰이키(築成)항공자위대 기지는 2일 중·고생 50명을 '모집'해 견학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를 고치자는 보수우익 세력의 주장에 반발하는 일본 내 평화주의자간에는 자위대에 대한 호감도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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