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기사 s3면 - 모유, 아이 iq·eq에 좋아요>관계기사>
“거실에서 둘째에게 젖을 먹이면서 큰애랑 남편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제일 행복해요. 특히 아이가 젖을 빨 때만큼은 임신했을 때처럼 아이와 한 몸이 되는 느낌이 들어요.”
언제까지나 도도한 싱글녀의 삶을 즐길 듯했던 ‘황녀’의 이미지는 간곳없었다. 상큼 발랄한 목소리로 12년째 라디오 청취자들의 아침잠을 깨워온 KBS ‘FM 대행진’의 장수 DJ 황정민 아나운서. 그는 어느 새 두 아이의 엄마 역할에 푹 빠져 있었다.
아나운서 황정민씨가 15일 아들 강래준(4), 딸 윤영(1)이와 함께 서울 압구정동 인근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승식 기자]
그는 결혼 전부터 아이를 낳으면 모유 수유를 하겠다고 생각했단다. “좋은 옷을 사주고 비싼 사교육을 시켜주는 것보다 평생 필요한 건강한 몸을 만들어주는 게 엄마로서 가장 좋은 선물인 것 같아요. 큰아이의 경우 생후 10개월까지 모유 수유를 했는데, 그 덕분인지 지금까지 매우 건강한 편이에요. 둘째는 이유식과 병행하며 돌 때까지 젖을 먹여보려고 해요.”
그렇지만 모유 수유를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잠과의 싸움이었다. 첫 아이를 낳고는 2개월 만에 다시 방송국에 나가야 했다. 의사는 출근하기 3주 전쯤부터 젖 먹이는 시간을 조절해 두라고 했다. 오전 7시 라디오 방송을 하려면 6시까지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젖 먹이는 연습을 했다. 그때부터 하루 종일 두 시간 간격으로 아이에게 젖을 물리다 보면 밤에는 졸음이 쏟아졌다. 출근하기 시작한 뒤로는 더욱 힘이 들었다. “정말 이러다가 졸려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에야 아이가 젖을 다 먹고 잠이 들었어요.”
우울증 비슷한 증세도 겪었다. “30분씩 젖을 먹이고 나면 힘이 쭉 빠져서 뭐든 먹어야 하고, 먹고 나면 또다시 애가 젖을 찾고…. 마치 내가 젖소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우울해졌어요.” 하지만 긴 터널도 지나게 마련이었다. 그는 “100일쯤 잘 버티고 나니 토실토실하고 튼실한 아기가 내 앞에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산후 몸매 관리 효과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젖을 먹이려면 무엇보다 산모가 잘 먹어야 해요. 에너지를 다른 데 뺏기면 안 되기 때문에 격렬한 운동도 하면 안 되고요. 그러니 솔직히 살 빼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황씨는 또 “한창 모유 수유 할 땐 가슴이 커지지만 그만두고 나면 좀 처지고 작아지는 것 같다”며 “하지만 어차피 나이가 들면 생기는 변화인데 아이를 위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황씨는 모유 수유의 팁들도 들려줬다. 젖이 잘 돌지 않으면 두유를 많이 마시고 잉어나 돼지족탕을 만들어 먹어보라는 것. 유선염(젖몸살)이 생겨도 모유 수유를 중단하지 말고 유방을 충분히 마사지해 주면서 아이가 젖을 빨게 해야 빨리 낫는다고 했다. 또 한쪽 젖만 먹이면 자세가 나빠져 허리까지 아프게 되므로 양쪽 젖을 고루 먹이는 습관을 들이도록 권했다.
황씨는 “젖이든 분유든 아이에게 먹일 때 자꾸 말을 걸어보라”고 조언했다. “아이가 못 알아듣는 듯 보여도 스펀지처럼 엄마의 말을 받아들이는 느낌이 들어요. 세상과 소통하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 같아요.”
일하는 엄마로서 함께하는 시간이 모자란 것 같아 항상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황씨. 그는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매일 한 시간이라도 충실히 보내는 게 좋은 것 같다”며 다시 아이들에게 달려갔다.
글=김정수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세살마을= 아기 울음소리 나는 사회, 아이를 함께 돌보는 육아공동체, 창의적 리더로 키우는 조기 교육을 목표로 탄생축하사업단과 영·유아 뇌 연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한다. 세살마을 홈페이지(www.sesalmaul.com)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인물의 등장순서는 조인스닷컴 인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순서와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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