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뇌물 스캔들 韓人사회 먹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일부 재미 한인들의 뇌물 상납 스캔들로 동포사회의 이미지 추락이 우려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서니베일 경찰국 소속 데이비드 밀러 주니어 경관은 한인들이 경영하는 한국식 룸살롱 등의 불법 매매춘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업소당 매월 2천달러(약 2백40만원)씩 상납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인 업주들은 밀러 경관으로부터 경찰의 불시단속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귀띔받았다고 한다. 밀러 경관은 다른 주로 달아난 업소 종업원을 정복 차림으로 쫓아가 빚을 받아내는 해결사 노릇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대가로 그는 정기적인 뇌물 외에 성 상납까지 받아온 것으로 당국의 수사 결과 드러났다.

현지 언론은 '밀러는 뇌물을 받은 만큼 철두철미하게 보답을 해준 충견(忠犬)이었다'고 비아냥댔다.

문제는 극소수 한인들이 저지른 뇌물 스캔들에 대해 현지 주민들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화롭던 동네에 한인들이 들어와 퇴폐 분위기를 조성한 것도 모자라 경찰과 악어와 악어새 관계를 맺고 치안까지 흐트러뜨렸다고 비난하고 있다.

뉴욕·뉴저지 공항·항만공사 직원인 브루스 패킷(49)은 "시카고의 경관인 내 친구가 '한국인처럼 보이는 아시아인이 몰고 가는 차량을 쫓아가면 무언가는 꼭 건질 수 있다'고 자랑한 적이 있다. 한인들은 한국에서 하던 못된 버릇을 미국에까지 갖고 와 물을 흐리고 있다"고 비난해 얼굴이 화끈거리게 만들었다.

그는 "한인들은 당연한 일상업무인데도 볼 일에 앞서 '우선 식사나 하자'며 접근하는 버릇이 있더라"는 말도 했다.

한 칼럼니스트는 현지 신문에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이 돈봉투 함정에 빠져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며 가슴아파해야 할 한인 자신들이 똑같은 일에 물들고 있다. 이들이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라며 동포사회 일부의 '뇌물불감증'을 지적했다.

월드컵 덕분에 모처럼 자부심과 사기가 올랐던 한인사회의 이미지를 몇몇 '미꾸라지'들이 마구 흐려놓고 있는 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