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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대재앙] "아시아 구하라" 지구촌 이웃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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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태국에선 사망.실종자가 1만1000여명을 넘어선 가운데 수만명의 국내외 자원봉사자들이 악취와 먼지.무더위를 무릅쓰고 참사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태국 남부 끄라비주(州) 무앙군(郡)의 중국식 불교 사원. 100여구의 시신이 대형 텐트 밑과 사원 마당에 널려 있었다. 피피섬에서 지금까지 이곳으로 1000여구의 시신이 운반돼 왔다.

시신들은 물에 퉁퉁 분 데다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심하게 부패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악취 때문에 숨이 막히고 파리가 떼지어 날아다닌다.

태국에 온 지 5년 됐다는 미국인 패트릭 캐넌(40.마케팅 매니저)은 500여명의 자원봉사자 가운데 가장 힘든 일을 하고 있다. 3명의 동료와 함께 부패한 시신들을 하나씩 비닐 부대에 담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방부제를 뿌린 다음 끈으로 비닐 부대의 양끝을 묶는 손길이 능숙하다.

태국 여성 카니타(28.방콕 거주)는 시신이 썩지 못하도록 계속 방부제를 뿌리면서 시신을 관에 넣어 트럭에 싣는 일을 돕고 있었다.

한국인 장례식 태국 카오락에서 사망한 지현진씨 장례식이 2일 오후 왓꼬싯 사원에서 열리고 있다. 영정을 든 사람이 지씨의 오빠 용철씨다. [푸껫=연합]

요한 훔부흐(41.독일인)는 "10명이 한 팀이 돼 신원이 확인된 시체를 냉동창고에 넣거나 병원.사원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자원봉사자들이 온갖 궂은일을 척척 해내고 있다. 시신의 지문을 채취하고 사진을 찍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가 하면 유족들의 문의전화에 대한 확인작업을 맡고 있다.

한인 선교사.교민, 한국해외봉사단(KOICA) 단원 등 30여명도 이곳에서 시신을 찾고 병원으로 옮겨 장례.화장하는 데까지 봉사의 손길을 아끼지 않고 있다. 50대 후반의 한 유족은 "생사라도 확인해야 할 텐데 2~3일 전부터 피피섬에서 오는 시신들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일 푸껫의 남부지역인 팡아주(州) 카오락 국립공원의 휴양단지. 이곳은 외국인 사망.실종자가 2000명 넘는 지역이다.

독일 의료팀에서 일하는 포피츠(36)는 "14명의 구조팀과 7명의 의사가 유럽인 환자를 돌보기 위해 지난해 12월 28일 도착했다"며 "의사 1명과 자원봉사자 1명이 팀을 이뤄 다닌다"고 말했다. 카오락.푸껫 등지에 50여개 팀이 뛰고 있다고 한다. 그가 속한 '말테세르(Malteser)'란 단체는 역사가 900년이나 되는 재난구조 단체다. 그는 "해일이 닥칠 당시 크고 작은 부유물에 부딪혀 중상을 입거나 쇼크를 받은 중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일본은 일본국제협력협회(JICA) 소속 회원 30여명이 지난해 12월 30일부터 나흘째 시신 발굴.확인을 하고 있다. 50대 초반의 약제사 기무라(木村)는 "지금까지 500여구의 시신을 발굴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1명에게 현지인 통역 1명을 붙여준 게 특징적이다. 싱가포르 구조팀은 인명 피해가 더 큰 인근 해변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한국인 실종자를 찾기 위해 119구조대원과 현지 교민들도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카오락 시뷰 호텔의 잔해 위에서 발굴작업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10여구의 시신을 건물더미 밑에서 끄집어냈다.

이인선(38)소방교는 "시신들이 너무 부패해 생김새로는 도저히 국적을 알 수 없고 치아와 유품.헤어 스타일, 의복.장신구 등으로 남녀 구분과 동.서양인을 가릴 정도"라고 설명했다.

3~4층짜리 호텔과 단층의 방갈로가 들어찼던 참사 현장엔 홍콩의 구조팀 50여명이 한창 작업 중이다. 민간단체인 민안대(民安隊) 소속의 50대 남성은 "300여명의 홍콩인 실종자를 찾기 위해 경찰.이민국 직원과 함께 100명 규모의 자원봉사자들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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