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융개혁 준비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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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은 최근 진행하고 있는 가격 현실화 조치 이후 2단계로 금융 개혁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베이징(北京)과 단둥(丹東)의 유력한 북한 소식통들은 29일 "가격 현실화 조치 이후 6개월 정도 상황을 지켜본 뒤 2단계 조치로 금융 개혁을 실시할 예정이며 이를 위한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관계기사 8면>

이들은 또 "북한은 그동안 중국·일본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연구했으며 현지에 고위 관리를 파견해 이를 도입할 경우 발생할지도 모를 문제점을 조사하는 등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북한은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수매가·임금을 인상한 뒤 79년부터 진행한 금융개혁 내용을 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당시 국가 재정 집행을 대행하는 것으로 업무가 한정돼 있던 금융 분야를 개혁하면서 유일한 은행이던 중국인민은행은 화폐 발행 및 금융정책만을 맡도록 했다. 또 중국농업은행·중국공상은행·중국은행 등 전문은행을 설립해 각각 농업·상공업 분야의 여·수신 업무, 외환 업무를 담당토록 했다.

현재 북한은 조선중앙은행이 화폐 발행과 금융정책 및 여·수신 업무를 모두 담당하고 있으며 조선금성은행·조선공업은행·조선합영은행·고려상업은행 등 전문은행들은 당과 정부의 재정자금 입출금 및 외환 업무만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금융 개혁을 단행할 경우 조선중앙은행의 여·수신 업무를 이들 전문은행에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가에서 각 공장·기업소에 제공하는 생산 보조비가 크게 부족한 형편에서 이들 금융기관이 생산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토록 하고 이들 금융기관에는 부실 대출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식을 통해 공장·기업소의 경영을 관리·평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홍익표(洪瀷杓)전문위원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업의 유동·설비 자금의 신속한 확보가 중요해지기 때문에 금융 개혁이 불가피하지만 북한은 중국과 달리 계획경제와 중앙통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조심스럽게 금융 분야의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단둥=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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