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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 상승론' 물건너갔나 전문가 진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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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난해 9월 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증시가 4월 중순을 고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4월 18일 종합주가지수가 937.61(종가 기준)을 기록할 때만 해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주가 상승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4월 중순 이후 4개월째 주식시장이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이달 들어 미국 주가마저 연일 폭락하자 사정이 달라졌다.

아직 대세 상승을 점치는 애널리스트들이 많은 편이지만, 비관론자들도 점차 세를 불려가고 있다.

주요 증권사 기업분석 책임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문=3월과 4월에는 상반기 중으로 주가지수가 1,000선을 넘어선 뒤 장기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같은 대세 상승은 아직도 유효한가?

"대세 상승은 올해 안에는 불가능하다. 미국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곳은 내수 부문이다. 그러나 한국 내수 부문은 경제와 주식시장을 지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결국 수출이 뒷받침돼야 하고, 이는 미국 시장이 회복돼야 가능하다."(현대증권 정태욱 상무)

"1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본다면 지금은 1단계 상승국면을 끝내고 휴식에 돌입한 상황이다. 올 하반기안에 대세 상승은 힘들 것이다. 그러나 내년에 출범하는 신정부가 노동시장과 연기금의 문제 등을 잘 해결한다면 대세 상승은 가능하다. 또 올해 중 대세 상승은 힘들더라도 주가지수는 최고 950~1,000선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1,000선 돌파 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신정부가 외국인들의 신뢰를 사야 한다."(HSBC증권 이정자 지점장)

"애당초 대세 상승은 없었다. 다만 지난해 9월 말 이후 6개월간의 상승은 미국 정부가 달러화를 지나치게 많이 방출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리고 당시 달러화가 너무 강세를 보인 것도 상승세를 부추겼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은 지속가능한 것들이 아니었다."(교보증권 김석중 상무)

"대세 상승에 대한 믿음은 여전하다. 한국이 포함된 아시아 신흥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만 진정되면 해외 자본이 신흥시장으로 몰려올 것이다. 4분기 중으로 종합주가지수는 1,0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이며, 연말에는 1,000선 위에서 주가지수가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대한투신증권 장만호 경제연구소장)

▶문=미국 주가는 이달 들어 연일 폭락하고 있다. 앞으로 어느 정도 더 떨어질 것인가?

"미국 증시는 이미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 HSBC는 다우존스 지수가 7,000선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증시 폭락세만 진정된다면 우리 증시는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이 지점장)

"미국 주가는 아직도 실적에 비해 비싼 편이다. 그리고 기존 체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하루 아침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증시는 투자심리 회복만으로 해결될 성격이 아니다."(정 상무)

"미국 주가는 충분히 조정을 받았다. 지금은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됨에 따라 하락국면에 접어들었다. 투자심리만 회복되면 주가는 실적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 주가가 진정된다고 해서 바로 반등세를 보일 것 같지는 않다. 한동안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조정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장 소장)

"미국은 거품 해소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주가 폭락세가 진정된 후 향후 몇년간은 지루한 조정국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김 상무)

▶문=하반기 투자전략은?

"지금은 실적에 비해 주가가 너무 저평가돼 있다. 해외 주요 연기금들이 한국 비중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늘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삼성전자·삼성SDI처럼 IT경기 침체 속에서도 시장점유율을 늘려가는 우량주를 사야 한다."(이 지점장)

"주가지수 700선 초반에서는 매수에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정 상무)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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