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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민주당 문건대로 행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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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은 '이회창 불가론(可論)분석'문건이 공개되자 24일 총공세로 전환했다. 가뜩이나 이번 대정부 질문에서 이회창 대통령후보를 겨냥한 민주당의 공격에 대해 "도를 넘고 있다"는 불만이 퍼진 시점이어서 "정치공작의 마각(馬脚)이 드러났다"는 성토가 잇따랐다.

문건은 후보의 약점으로 ▶비(非)영남후보 ▶아들 병역·빌라게이트·손녀 원정출산 문제 등 약점▶언론의 독점적 지지 와해▶정치 아마추어리즘 등을 들고 있다. 여기에다 4대에 걸쳐 특권귀족화된 가족이미지가 심어졌고 끝까지 지켜줄 가신(家臣)그룹이 없으며 연령문제로 세대교체론에 취약하다는 점도 꼽고 있다.

한나라당이 가장 문제삼는 부분은 TV와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이회창 불가론'을 확산시키겠다는 대목.

문건엔 "우리당(민주당)에 우호적인 지식인을 동원해 총재의 주류논쟁을 재현"하고 "TV 특별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친일파 문제를)제기하면 총재 부친의 친일 의혹도 자연스럽게 재등장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문건은 또 국가보안법 문제를 제기해 한나라당 내 이념논쟁을 촉발시켜야 한다며 '포섭 대상'으로 K·K·S·A 등 4명의 의원을 실명으로 꼽고 있고, "세풍사건을 법대로 적용하면 총재 구속 사안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오후에 긴급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남경필 대변인은 "지난 3일간 민주당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후보 '5대 의혹'을 제기한 것은 문건에 나온 대로 의원들이 정치공작에 동원됐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며 법적 대응 등을 통해 민주당에 본때를 보이자"(鄭亨根의원)는 얘기도 나왔다.

다만 국회 파행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이 같았다. 김문수(金文洙)기획위원장은 "맞대응하면 자칫 양비론 여론이 일어나 함께 뒤집어쓸 수 있다", 안영근(安泳根)의원은 "강공은 민주당이 뭉치는 계기를 준다"고 각각 지적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서청원(徐淸源)대표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요구키로 했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움직임에 대해 민주당 이낙연(淵)대변인은 "보도된 문건은 지난해 말 당 외곽 연구기구의 실무자가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 측은 올 2월에야 미국에서 검거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의 소환 얘기가 들어있는 점 등을 들어 해명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후보의 한 측근은 "우리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문건은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작성됐고 당 지도부에도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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