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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서울경찰청장 “자전거가 차보다 우선 … 그게 선진국 교통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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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자전거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탈 수 있는 나라가 선진국입니다.”

조현오(사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4일 ‘2010 하이서울 자전거 대행진’에 대한 기대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시민들이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많이 타고, 자전거를 배려하는 교통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조 청장은 이번 행사의 교통통제와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조 청장은 “20여 년 전 자전거가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필품이었기에 누구보다 행사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1986년부터 88년까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유학하면서 매일 자전거를 탔다. 경찰에 입문하기 전 외교부 공무원이었던 그는 케임브리지대에서 LLM(법학 석사) 과정을 다녔다. 강의실과 숙소가 떨어져 있어 매일 자전거로 통학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이 자전거를 갖고 있었고, 중고 자전거 거래도 왕성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조 청장은 “당시에도 영국에서는 자동차가 자전거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교통 문화가 형성돼 있었다”고 회고했다. 자전거 운전자가 차선을 바꾸기 위해 수신호를 보내면 뒤에 따라가는 자동차는 자전거가 차선을 변경할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교통 법규도 자동차가 자전거에 양보하도록 정해져 있었다. 그는 “이번 자전거 대행진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안전과 편리를 먼저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자전거 도로를 늘리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자전거 타기가 활성화되길 희망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산화탄소를 줄여 지구온난화 등 환경 재앙을 예방할 수 있고, 개인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자전거의 장점을 뒷받침하는 정책이 더 개발돼야 한다. 하이서울 자전거 대행진이 그런 붐을 일으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 보면 우리가 사는 서울이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인지, 또 도시의 질서와 치안이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협조도 당부했다. 그는 “성숙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행사인 만큼 불편하더라도 시민들이 적극 협조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경찰은 교통 통제 시간을 최소화하는 등 시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이번 중앙일보의 하이서울 자전거 대행진이 깨끗한 환경과 수준 높은 교통 문화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는 말로 축하의 메시지를 대신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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