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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 권력 이양 논의 안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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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 당·정·군의 최고 지도부가 매년 베이징(北京) 근교의 여름 휴양지인 베이다이허(北戴河)에 모여 가을에 열릴 전국대표대회(당대회)의 주요 의제를 정하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오늘(22일) 시작된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관심사는 권력이양 문제다. 그러나 당내 소식통은 "이번 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최고지도부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후진타오(胡錦濤)부주석 등 이른바 '제4세대 정치인'들의 권력 승계 문제는 올 가을의 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16大)에서도 미뤄질 공산이 커졌다. 왜냐하면 당대회는 '당의 결정'을 공표하는 요식과정일 뿐 실제적인 결정은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당내 소식통은 "장쩌민(江澤民)주석이 보유 중인 국가주석·당 총서기·중앙 군사위원회 주석 등 3개 핵심 권력 가운데 어떤 직위를 胡부주석에게 이양할 것인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하고 "따라서 이번 16대는 당초 예정됐던 9월이 아닌 11월 초에나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의 토론은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이후 전개된 상황'에 대한 중간 점검과 국유기업 개혁이 불러온 실업과 소요(騷擾) 등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 마련 등 실제적인 문제에 집중될 전망이다.

정치적인 토론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江주석이 제창한 '3개 대표론'의 당 헌장 삽입, 당·정 간부들의 부패척결 등 예닐곱 가지의 정치적 의제도 토의한다.

이번 회의에서 권력 승계 문제가 유보됐다고 해서 언제까지 이를 미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 상황에서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세가지다.

하나는 江주석이 덩샤오핑(鄧小平)의 경우처럼 당중앙 군사위 주석직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물려주는, 이른바 반퇴(半退)안이다. 이 경우 당내 반발을 잠재우고, 江주석의 지도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 및 부총리급 이상의 신규 취임 연령이 70세 이하로 못박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올해 76세인 江주석이 모든 공식에서 물러나는(全退) 방안이다.'영원한 지도자'로 남을 수 있는 길이다. 셋째는 불퇴(退)다.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민감한 시기인만큼 정치적 업적과 카리스마를 지닌 江주석이 '당분간' 현재의 권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로 당내 보수파와 군부를 중심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열쇠는 江주석이 쥐고 있다. 만일 江주석이 '불퇴' 쪽을 택한다면 당내에 거센 폭풍이 몰아칠지도 모른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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